물가 오름세 '멈칫' 했는데..밥값은 낼 때마다 '흠칫'
국제유가 하락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률 두 달 연속 둔화
실제 체감물가는 더 높아져
공공요금·환율 등 변수 산재
국제유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꺾였다. 다만 외식물가를 필두로 개인서비스 가격이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다. 정부는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뛰거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어 물가 상승폭이 꾸준히 둔화하는 양상을 보일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로 집계됐다. 지난 8월(5.7%)보다 상승률이 소폭 둔화한 것으로 지난 7월(6.3%)이 정점이었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이 주춤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6% 올랐는데, 지난 6월(39.6%)과 비교해보면 상승률이 크게 꺾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데 가장 중요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 둔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누적되어온 물가 인상 요인들이 개인서비스 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률 둔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오히려 오름세가 커졌다. 일시적 충격에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 올라 전달(4.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까지 제외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같은 기간 4.1% 올라 지난해 11월(1.9%) 이후 상승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 볼 때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동안 6.4% 상승해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외식 가격은 9.0% 오르면서 1992년 7월(9.0%)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데다 주류 출고 가격이 올라 외식비 상승률이 컸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전년 동월 대비 14.6% 올랐다. 공과금이 오른 것은 8월까지 한시 시행되던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구간 확대 조치가 종료된 영향이다.
정부는 “10월도 물가 상방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최근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음달에는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고, 연말에는 택시 기본요금이 최대 50% 오른다.
국제유가도 불안하다. 현재와 같은 하락세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감산을 결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및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5.2%, 4.4% 올랐다.
어 심의관은 “OPEC+가 감산을 결의하면 유가는 오르겠지만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영향도 있어서 감산의 파괴적 효과를 정리하기 어렵다”며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의 지속 여부가 물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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