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설 장애 아동, 정신과 약물 과다처방..인권위 "아동 학대"

이지윤 2022. 10. 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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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치료 약물이 과다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가 입수한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권장 용량의 최대 6배에 달하는 약물이 처방되기도 했습니다.

이지윤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아동복지시설입니다.

이곳에 사는 아동 5명 모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를 진단받았습니다.

[이○○/아동복지시설 원장/음성변조 : "통제가 안 된다니까요. 우리가 봤을 땐 타당하지 않는 거, 그걸로 떼를 많이 써요. 근데 얘 하나만 볼 수는 없잖아요."]

지난 6월 국가인권위가 제보를 받아 직권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중증 자폐성 진단을 받은 11살 박 모 군.

한 정신병원은 박 군에게 ADHD 치료제를 초기 권장 용량의 6배 처방했고, 이후 성인 최대 용량까지 처방량을 늘렸습니다.

8살 김 모 군에게도 10살 이하 소아 투여가 권고되지 않는 항우울제를 성인 최대 용량으로 처방했습니다.

김 군은 이후 부작용으로 빈혈 증세까지 겪었는데, 퇴원 후 시설을 옮기자 처방 용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과다처방 지적에 시설측은 운동이나 놀이 같은 다른 대안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아동복지시설 원장/음성변조 : "심리 치료를 다닐 때 6만 원인가 했어요. 근데요 이거를 1년 다니는 것보다 약물 한 번 먹는 게 바뀌어요."]

다른 양육시설에서 자란 최 모 씨는 정신병원 입원과 약물 복용이 흔했다고 말합니다.

[최○○/아동복지시설 거주 경험 : "학교를 못 갈 정도로, 아침에 못 일어날 정도로 약을 엄청 많이 받아와가지고. 그렇게 해야지 아이들이 관리하기가 쉽고, 애들이 순해지니까 그렇게 이용을 하는 것 같고. 차에 태워서 갑자기 저를 납치해가듯이 이렇게 가서 병원에 강제입원을…."]

전국의 아동복지시설 거주 아동은 1만 4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인재근/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악용되는 입·퇴원 제도를 개선하고, 약물 과다처방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인권위는 지자체장에게 시설에 대한 행정 처분과 정신병원 입원 환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복지부 장관에 대해선 약물 과다처방 실태 조사 등에 나설 것을 각각 권고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박상욱 김현민/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채상우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지윤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 아동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공동생활가정'이라는 곳인데, 소규모 보육원으로 보면 되나요?

[기자]

공동생활가정, 이른바 '그룹홈'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복지시설 아동 5명 중 1명 정도가 이런 소규모 보육원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등으로 운영이 되는데, 관리감독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동 인권 침해 사례가 일어나도 알기가 어려운 게 문제이고요.

이번 사건도 제보가 없었다면 인권위의 조사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관리 감독이 잘 안되고 있다는 건데 다른 보육시설에서도 이런 약물 과다 처방 사례가 많습니까?

[기자]

취재진이 만났던 아동복지시설 출신 청년의 경우, 3년 동안 정신과 약물을 투여받았고, 병원에도 입원했다고 하거든요.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 양육시설 아동 중 9%가 ADHD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체 아동의 평균 진단율 0.1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칩니다.

문제는, 이렇게 진단을 받은 아동의 94% 정도가 약물 처방을 받았다는 겁니다.

전체 아동의 약물처방률은 75%에 그쳤습니다.

시설 아동의 경우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약물 처방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건복지부 등 관리당국이 실태조사에만 그치지 말고 시설 아동의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당국이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지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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