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원 총장의 대통령실 보고 문자, 독립기관 맞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포착됐다. 유 총장이 국무회의장에서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휴대폰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문자는 오전 8시20분에 띄웠고, 감사원 해명자료는 3시간 뒤에 나왔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 핵심참모에게 업무보고를 한 격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스스로 허무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감사원 해명자료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감사위원회의에서 의결한 ‘주요 감사계획’에 6월17일 착수한 서해 사건은 없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한겨레도 일부 감사위원들이 이번 감사를 두고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감사원은 “공직감찰은 상시 업무이고, 감사위원회 의결 후 변경 사항은 사무처에 위임해 처리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국정원·국방부·해경·통일부가 연관된 서해 사건을 ‘주요 감사’로 잡지 않고, 뒤늦게 공직감찰에 끼워넣어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이 와중에 유 총장은 야당·언론의 합리적 문제제기를 “무식한 소리”로 폄훼한 것이다. 민주당은 실무자 조사도 마치지 않고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에 나선 감사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이번 감사의 절차적 위법 시비는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 지위를 가진다.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불편부당하게 직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 신뢰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중도 사퇴 후 국민의힘에 직행해 저버렸고, 후임인 최재해 감사원장도 지난 7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 유 총장도 “고래·대어를 잡으라”며 문재인 정부 감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유 총장이 이날 언론 보도가 맞는지 물은 이 수석에게 답한 거라고 했지만, 수시로 소통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이래저래 감사원 지휘부가 ‘정치감사’ 시비와 불신을 사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에 대해 “대통령실과 독립적 운영기관이라 뭐라고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와 달리, 이번 문자 파동은 감사원 독립성이 형해화될 위험성을 직시케 한다.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다. 감사원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감사는 신뢰받을 수 없음을 명심하고 공명정대하게 감사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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