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 보도유예 논란, 기사 삭제 요청도

노지민 기자 입력 2022. 10.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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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 대응사격에 요구된 엠바고, 낙탄 사고에도 적용
"오발 사고는 별개의 사건, 훈련 잘했다는 보도 낯부끄러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응사격을 위해 발사된 한미연합군의 탄도미사일(현무-2)이 강릉 인근에 떨어졌지만, 군 당국 해명이 이튿날 아침에야 이뤄졌다. 보안상 엠바고(보도유예)를 명목으로 필요한 보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민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오후 11시 이후 온라인에서는 강릉 인근에서 큰 폭발음을 들었다는 목격담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발음과 불길, 연기가 퍼지는 장면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본인을 중앙일보 소속이라 밝힌 익명앱(블라인드) 이용자가 “강릉 18비행단 훈련 중 사고이고 군사적 내용인 데다 엠바고였던 사안이라 쉽게 발표도 못 하고 기사도 못 내는 것”이라고 쓴 글이 퍼졌다.

하지만 날이 지나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해 다룬 보도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트위터에서는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야 잠을 자든가 말든가 하지” “원래라면 '[속보] 강릉에 의문의 폭발 발생' 같은 짧은 줄과 SNS발 해당 사진 하나라도 기사가 올라오는데 왜 잠잠한가”라는 등 답답함과 불안함을 토로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합동참모본부

이에 대한 첫 보도는 5일 오전 1시24분경 온라인 매체 '커머스갤러리'를 통해 나왔다. 해당 매체는 “공군본부 관계자는 커머스갤러리와의 통화에서 제18전투비행단 인근 폭발사고 관련 질문에 '보안사항이라서 말씀드립기 어렵다'면서도 계속된 질의에 '사고인 건 맞지만 정확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제18전투비행단 관계자 역시) '나중에 정훈공보실 통해 나가야 될 이야기'라며 말을 아꼈다”고 보도했다.

'커머스갤러리'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검색제휴가 되어있지 않은 매체다. 이후 포털에는 커머스갤러리를 인용한 '톱스타뉴스'(1시45분)를 시작으로 '대경일보'(2시9분), '그린데일리'(3시29분), '글로벌e'(3시34분) 등 일부 매체의 기사가 나왔다. 주로 온라인에서의 혼란상이 중심인 기사들이었다.

군 당국의 공식 설명을 담은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건 오전 7시 이후, 엠바고 설정 때문이었다. 합참은 전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백브리핑 형태로 대응사격 정보를 공유하며 엠바고를 설정했고, 이후 관련 자료를 사전 배포하면서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를 보도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합동참모본부가 5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문제는 대응사격 엠바고를 낙탄 사고에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합참은 이미 노출된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구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로신문 기자는 통화에서 “강릉이 무장공비도 있었고 F5 전투기도 추락한 적이 있었고 해서 주민들이 원래 불안한 곳인데 군이 기본적으로 공지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논조로 기사를 올렸다가 1시50분쯤 합참과 통화를 했다”며 “보도자료를 줄 때 '(엠바고가) 오전 7시까지라고 하지 않았나. 그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해서 일단 내려주기는 했다”고 말했다.

YTN도 5일 낙탄으로 인한 폭발음이 담긴 제보 영상을 공개하면서 “확인에 나선 취재진에게 군 합동참모본부는 '사격훈련'이라고만 밝히면서 정확한 확인을 위해 아침 7시까지 보도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보도유예 요청은 YTN을 비롯한 모든 언론사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날이 밝은 뒤 합참이 밝힌 해명도 논란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합참은 이날 오전 △한미 군당국이 북한 도발에 대응한 훈련에 이어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실시 △우리 군의 에이태큼스(ATACMS)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기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 현시 △상시 감시태세 유지한 가운데 도발원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을 보여줌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며 상시 압도적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음 등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훈련과 대응사격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내용으로만 채워진 것이다.

실제 초기 기사들은 한미 당국의 훈련과 대응사격 성공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미, 北 도발에 지대지미사일 4발 동해 발사(조선일보) △韓美, '에이태큼스' 4발 쏘아 北 도발 대응… 현무미사일은 비정상 낙탄(조선비즈) △한미, 지대지미사일 4발 동해로 발사...북한 도발에 대응사격(매일경제) △한밤 굉음에 난리난 강릉…한미 北대응사격 중 '현무-2' 낙탄(중앙일보) 등 제목의 기사들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강릉' '미사일' 키워드로 검색되는 10월4일 이후 기사들

낙탄 사고에 대한 합동참모본부의 사과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전해졌다. 익명의 관계자가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비정상 비행에 따른 낙탄 사고로 지역 주민들께서 늦은 시간에 많이 놀란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힌 것. 그마저도 이 '사과'는 한 기자가 '유감을 군이 사과했다고 표현해도 되느냐'고 묻자 “지역 주민들 놀란 부분에 대해..”라는 답이 돌아오면서 이뤄졌다. 낙탄 사고로 추진체와 분리된 탄두는 민가로부터 불과 7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번 혼란상은 군 당국의 잘못된 대처와 언론의 안일한 인식을 모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대응사격을 하다가 오발로 사고가 나면 별개의 사건”이라며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쉽진 않았겠지만 이 엠바고를 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탄이 떨어지면 상황에 따라서 불이 어디로 번질지 화재 규모가 어떻게 될지, 시민들은 대피를 해야 할지 집에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 이걸 전혀 공지하지 않고 보도도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군이 자기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국방부나 합참에서 과연 보고를 제대로 받은 건지도 의심스럽다. 아침 7시에 성공적으로 훈련 잘 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건 낯부끄러운 이야기”라며 “'낙탄'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메시지 관리도 안했다는 건 당시 상황을 합참이나 국방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한 게 맞는지 충분히 의심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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