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별들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한현정 2022. 10. 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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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정상화..꽉 채운 개막식
'영화의 숲'에 뿌리 내린 故강수연
‘영화의 숲’에서 故강수연 나무 심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사진|강영국 기자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사진|부산영화제

‘영화의 바다'가 활짝 열렸다. 코로나를 뚫고 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시작이다.

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팬들의 함성 속에서 레드카펫 행사도 화려하게 펼쳐졌다. 영원한 영화인, 고(故) 강수연을 기리는 특별한 추모 행사도 진행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화권 톱스타 양조위를 비롯해 ‘태국의 원빈’으로 불리는 마리오 마우러,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글로벌 기대작 ‘아바타: 물의 길’의 프로듀서 존 랜도 등 화제의 게스트들이 참석해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폐막식 사회를 맡은 권율 한선화를 비롯해 배우 김유정 구혜선 김규리 김영광 박지훈 변요한 신하균 송강호 박해일 옥택연 정일우 정해인 전종서 진선규 진경 한선화 한채아 한지민 허성태 한예리 등 국내 대표 스타들도 함께 자리를 빛냈다.

양조위 사진|부산=강영국 기자

◆다시 마주한 부산, 영화의 바다로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정상 개최되는 올해 부산영화제를 영화인들 만큼이나 팬들도 반겼다.

개막식 현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평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작년에도 왔었다. 보고 싶었던 작품을 관람 한 건 좋았지만, 빈자리가 많고, 거리 자체가 썰렁해 아쉬웠다. 올해는 사람들도 많고 축제 분위기가 살아나 들뜨고 설렌다”며 “영화 관람 뿐만 아니라 부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화제를) 다양하게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40대 남성은 “‘아바타’를 워낙 좋아해 '아바타 리마스터링'도 몇 번이나 관람했다. ‘아바타: 물의 길’도 너무 기대된다. 해운대에 설치된다는 샌드 아트도 보러 갈 생각”이라며 “궁금했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티켓 구하기가 전쟁이지만 이 열기 자체가 반갑고 기쁘다. 날씨도 좋고 게스트 라인업도 화려해 기대가 크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개막식 사회를 맡은 류준열은 “영화제가 영화를 시작하는 배우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기억에 남는다”며 의미를 되새겼고, 전여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내가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낀 적도 있고 참 괜찮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올해는 모두 만나 뵙게 돼 정말 기쁘다. 야외 극장을 꽉 채운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진정 감동스럽다”며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 서니 웅장해진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영화 축제의 귀환을 알렸다.

레드카펫 행사 후 이용관 이사장은 “부산영화제는 우리 관객들 모두의 영화제다. 모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 항상 좋은 모습으로 뵙도록 노력하겠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호응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내 개막작인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감독 모하게흐)가 상영됐다.

이날 7년 만에 부산을 찾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억과 추억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에 왔을 때 집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한국 관객은 압도적으로 예의가 바르고 따뜻하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며 “부산영화제는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느끼는 깨끗한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故강수연 나무’ 식수 행사에 참석한 배우 김규리 권율·김한민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영화의 숲’에 뿌리 내린 ‘강수연 나무’...개막식서 추모 영상도

‘원조 월드스타’ 고 강수연을 향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애정은 남달랐다. 개막식 전 진행된 ‘강수연 나무’ 심기 행사를 비롯해 개막식에서 상영된 눈물의 추모 영상까지, 곳곳에서 고인을 향한 진심 어린 존경심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먼저 이날 오후 4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근처의 APEC 나루공원에서는 '영화의 숲' 조성 행사가 개최됐다. 본래는 나무를 심어, 녹색도시 부산 만들기에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행사이나 올해는 특별히 고 강수연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추모하는 의미로 ‘강수연 나무’를 심었다. 한국영화 세계화에 기여한 고인의 희생과 헌신, 부산영화제의 창설과 발전에 든든한 지주 역할을 했던 고 강수연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운영위원장, 이청산 부산그린트러스트 공동대표를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과 올해 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율·김규리 등이 참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영화의 전당 주변 지역에 영화의 숲을 조성함으로써, 영화의 전당이 영화인과 영화제를 기념하고,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고 ‘강수연 나무’에는 고인을 그리워 하고, 존경해온 수많은 영화인들의 마음이 담겼다. 뿌리 내린 ‘강수연 나무’ 영화인들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故강수연. 사진|부산영화제

오후 6시 시작된 개막식에서도 강수연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류준열은 영화제 참석 소감을 묻자 “2016년 ‘글로리 데이’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찾았을 때 강수연 위원장님이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짧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강렬한 순간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다. 부산에 오니 다시금 기억이 난다”고 추모했다. 생전 고인의 모습이 담긴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배우 강수연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고 박수가 쏟아졌다.

이용관 이사장은 무대에 올라 “고 강수연은 부산영화제 지킴이였고 한국 영화의 거장이었지만 우리의 수호천사이며 친구이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창설 멤버이자 저희들을 여러 어려움으로부터 지켜준 고마운 분”이라고 회상했다.

지난 5월 7일 세상을 떠난 고 강수연은 생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영화 ‘씨받이’(1986)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영화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강조하며 영화계 후배들을 이끌었다.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바다로 팬들을 손짓한다.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1개국 242편이 상영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극장 좌석 100%를 사용한다.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111편, 동네방네 비프 상영작 20여 편이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프로그램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관객들을 위한 라운지도 재개돼 부산지역 시그니처 식음료(F&B) 등 서비스도 확충된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된 OTT 섹션 '온 스크린' 등은 콘텐츠 플랫폼 변화에 맞춰 더욱 확장돼 찾아온다.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A Man)’다.

[부산=한현정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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