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산은의 무리수..대우조선 매각 특혜시비

2022. 10.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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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을 떠나 한화그룹 품에 안긴다. 'M&A(인수합병) 귀재'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또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김 회장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노렸지만 최종 인수를 앞두고 고배를 마셨다. 길고 긴 시간을 돌아왔지만 대우조선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았다. 14년 전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이기도 하다. 2008년 당시 6조원이 넘는 몸값을 제시했지만 이번엔 2조원을 투입해 49.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구주 인수도 아닌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선업 호황이었던 2008년과 비교하면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진 탓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의 매각가격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 앞서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던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가격보다도 낮다. 현대중공업의 인수는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물납하는 방식이었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산은이 손에 쥐는 주식 가치가 더 낮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한화의 인수가 최종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경쟁 입찰이 가능한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만큼 새로운 인수후보자가 나타난다면 대우조선의 몸값이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산은이 스스로 밝혔듯이 이미 주요 대기업들에게 인수 의지를 타진했고 관심을 보인 곳은 한화뿐이었다. 대우조선이 국가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해외에서 인수자를 찾기도 힘들다.

결국 예정대로 한화가 대우조선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헐값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헐값 매각의 책임은 산은에 있는 만큼 한화로선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제대로 된 가치를 받고 매각하는 것은 산은의 능력이고 책임이다.

산은 입장에서는 한화 말고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골칫거리를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 기업가치가 상승한 이후 주식을 매각하면 자금회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은이 기대하는 수준의 자금회수를 위해서는 주가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 단기간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대우조선의 실적이 내년부터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매각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방산과 상선을 분리해 매각하면 몸값을 높일 수 있는데도 통매각으로 오히려 제값을 못 받게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실적이 단기간에 크게 개선된다면 헐값 매각을 넘어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특혜 논란은 피할 수 없다. 한화는 M&A를 통해 성장하면서 특혜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룹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한화생명 역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으로 한화가 인수하면서 적잖은 논란이 됐다. 대우조선을 통해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면 그룹 이미지에도 좋을 리 없다.

특혜 논란을 차단하는 것은 적절한 몸값을 지불하는 방법뿐이다. SK그룹의 M&A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SK는 유공,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통해 급성장했고,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재계 2위까지 올라섰다.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서는 특혜 의혹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3조3000억원을 투입해 특혜 논란을 차단했다. 그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채권단에서도 만족할 만한 몸값을 지불했다. 오히려 부실기업을 떠안게 된 SK그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할 때도 논란이 많았다. 입찰에 참여했던 삼성그룹의 2배가 넘는 가격을 써냈다. 현대차그룹의 무리한 배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나치게 높은 한전부지 인수가격은 현대차그룹 주가가 수년동안 내리막길을 걷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 부지의 땅값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의 새 사옥이 완공되면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더라도 현대차가 특혜 논란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가격은 사실상 결정된 만큼 그나마 특혜 논란을 줄이는 길은 앞으로의 금융지원에 달렸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이자가 대표적이다. 수은은 2조3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동안 연 1%에 불과한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쌓인 미지급 이자만 1000억원이 넘는다. 내년부터는 이자가 10% 수준으로 높아진다.

수은은 한화가 인수를 완료하면 미지급 이자는 주식으로 전환하고, 당장 10% 수준으로 높아지는 스탭업 조항도 유예해준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원은 향후 특혜 논란을 부채질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결정된 몸값은 어쩔 수 없더라도 추가적인 금융지원은 신중해야 그나마 특혜 논란을 줄이는 길이다. 앞으로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 적절한 방안을 찾아내길 기대한다.

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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