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업은 '행동주의 펀드'.. BYC·SM 지배구조 뒤흔든다

이윤희 2022. 10. 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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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BYC의사록 곧 공개"
내부거래 의혹 적법성 검증 예고
주주들 긍정적 평가.. 주가 상승
SM도 회장장부 공개 압박받아
이수만 개인회사와 계약 종료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유행과 소액 주주들의 호응에 힘입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제도가 여전히 미흡한 국내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이들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5일 속옷 제조업체 BYC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사회 의사록 열람 일정을 BYC와 조율 중"이라며 "조만간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BYC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특수관계 기업과의 내부거래로 인해 BYC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BYC의 내부거래가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선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관련된 이사회 의사록 확인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이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BYC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법원 판결이 있었던 날 유가증권시장에서 BYC 는 장중 8% 넘게 오르기도 했다. 우선주인 BYC우도 동반 상승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국내에서 '강성'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된다. 모체는 1998년 설립된 IMM투자자문이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32세의 나이에 IMM투자자문을 세운 뒤 2008년 자문사업 부문을 떼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설립, 이를 이끌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3년 3월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의견을 밝히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한국알콜 주식 111만1558주(지분율 5.14%)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한국알콜은 지난 1984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공업용 에탄올 제조사로, 소주 원재료인 주정과 소독제 등을 생산한다. 운용사가 밝힌 보유목적은 '일반투자'지만, 시장에선 BYC처럼 추후 '경영참여'로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알콜도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회사 경영에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ESG레벨업펀드'를 설정했으며, 이후 BYC, 태광산업 등에 투자하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회사에 따르면 후속 펀드인 'ESG밸류크리에이션2호 펀드'도 최근 모집을 마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과거 기관들은 기업들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부담스러워 했지만 요즘은 ESG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호의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가 주주들로부터 비판받아온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끝내겠다고 최근 밝힌 것도 행동주의 펀드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 측에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18% 가량 급등했다. 얼라인자산운용도 에스엠 측에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했다.

얼라인 측은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통해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주는 등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설립한 이창환 대표는 글로벌 사모투자 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한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3월 열린 사조오양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에 나서 자발적 상장폐지를 요구했다. 또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 선임하기도 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당시 운용 중인 펀드를 통해 사조오양의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었다.

증시에서 '행동주의(activism)'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행동주의 전략을 통해 투자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일정 의결권(지분)을 확보한 후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요구,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때로는 적대적으로 요구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는 한편으로 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측면 때문에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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