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성장엔진에 '공동부유' 험난..대미·서방 외교해법 힘 싣나
< 상 > '가시밭길' 시진핑 3기
부동산 폭락에 재정위기·경제침체
과학기술·첨단산업 집중 육성으로
추락하는 성장률 회복 최대 과제
쿼드·IPEF 등 反中연대 포위망에
러서 美로 무게중심 이동할 수도
16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기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황제 대관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자 없는 1인 천하의 집권 3기는 꽃길보다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적으로 마오쩌둥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절대적인 권력을 쥐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급격한 성장 감속으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외교적 입지도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지난 10년간 시진핑 시대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과 달리 외부에서는 중국의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한다. 특히 중국 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끝 모를 침체는 집권 3기를 여는 시진핑 정권의 경제 운용에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된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에 기여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세계 2위의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2차 효과를 가져왔다”고 짚었다. 컨설팅 업체 로듐그룹의 로건 라이트는 중국 경제가 이미 완만한 금융위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3기의 초기 최대 과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통한 경제 회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이는 중국 경제가 막대한 국가부채에 발목 잡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댄 왕 항셍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와 부동산에 의존하는 오래된 모델은 끝났다”며 “중국 경제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장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막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는 당국이 결국은 개혁·개방과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앞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신소재, 로봇, 항공, 신에너지 차량 등 과학기술 분야 ‘8대 첨단산업’과 ‘7개 영역’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경제가 2030년 이전에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경제성장 감속으로 사실상 ‘장밋빛 희망’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추월 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지 못할 것으로 수정하는 기관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인구문제가 중국의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미 2012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5세)가 줄기 시작해 시진핑 3기가 시작되는 올해부터는 총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출산 장려책은 효과가 더디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재정 부담만 커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진핑 3기는 ‘공동부유(共同富裕)’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바오장 경제학부 주임의 발언을 인용해 “공동부유가 당대회에서 핵심 전략 목표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공동부유 추진을 위한 더욱 명확하고 구체화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공동부유 노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중국은 지난해 12월 민간기업 활동을 위축시킨 공동부유 속도를 조절하고 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방향으로 노선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올 8월 공산당 이론지 추스 기고문에서 “새로운 발전 단계에서 완전하고 정확하게 새로운 발전 이념을 관철하려면 반드시 공동부유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5월에도 “공동부유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난국에 빠진 경제 상황을 해소하려면 결국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중심에는 경제제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 세력의 공조로 반중 공세를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등이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우호 세력을 불리며 이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견제를 위해 한국·일본·대만과 ‘칩4 동맹’을 구축하고 미국산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차단해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은 시 주석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시시각각 중국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중국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시 주석이 20차 당대회 이후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으로 미세하게 기울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긴장은 이르면 다음 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경제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만남으로써 조금이나마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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