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

남지은 2022. 10.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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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웹진 10월호 인터뷰
노희경 작가가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정은혜 작가의 개인전에 방문했던 모습. 장차현실 작가 제공

“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야 할까. 우리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 아닌가요?”

지난 4~6월 방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티브이엔·tvN)는 노희경 작가의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이병헌, 한지민, 김혜자, 정은혜 등 주인공만 10여명이 넘는다. 노 작가는 “출연자 누구도 객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새롭게 옴니버스 형식을 시도해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종영한 지 4개월. 노희경 작가가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매달 발행하는 <방송작가> 웹진(http://ktrwawebzine.kr/)과 인터뷰를 했다. 그 내용이 5일 발행된 이 잡지 10월호에 담겼다. <한겨레>는 <방송작가> 웹진 쪽에 양해를 구하고 노희경 작가의 답변 일부를 인용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우정, 모정, 첫사랑 등 익숙한 정서를 담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가 활성화되면서, 드라마 소재는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형식은 새로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빠져들어 울고 웃었다. 투박하고 익숙한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되레 시청자를 위로한 것이다.

노희경 작가는 웹진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점점 사라져 가는 한국의 소중한 정서를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웃을 남이 아니라 우리라고 여겨요. 그걸 ‘괸당문화’라 하는데, 저는 이 괸당문화가 사라져 가는 한국의 뜨끈한 정서를 보는 것 같더라요.” 그래서 살아있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더 신경쓴 듯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마지막회에서 전 출연자가 함께 나와 운동회를 했다. 티브이엔 제공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매회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차승원은 제주에 내려와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 순수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가장의 무게와 욕심을 내려놓았다. 이병헌은 평생 그리워했던 어머니가 죽은 뒤에야 그의 품에 안겼다. 장애인 가족의 아픔도 미화시키지 않고 사실적으로 담았다. 노희경 작가는 “오일장 사람들을 취재하고, 전 세계에 있는 만물상 다큐멘터리를 100여편 보면서 그들의 동선, 말투, 심리, 애환에 공감하려고 했다. 캐릭터는 절대 책상에서 만들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말하는 데 두세명 만나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이브>(tvN) 때는 (순경) 50~100명을 만났고, <디어 마이 프렌즈>(tvN) 때는 할머니 50명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노희경 작가는 작품마다 가슴에 남을 대사들을 남겼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명대사는 제조’됐다. “이렇게 잘 자라서 내 찬란한 추억과 청춘을 지켜줘서 고맙다” “친구? 돈 있는 나도 챙기고, 돈 없는 한수도 챙기야지!” 등이다. 명장면도 많았다. 1회 차승원이 바닷가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장면과 마지막 20회 이병헌이 엄마인 김혜자를 안고 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내가 하는 건 대사의 90%를 지우는 거예요. 내 삶은 안 그런데 글만 번드르르하게 쓰는 걸 경계해요. 대사는 캐릭터 마음의 전부에요. 잘 전달하기만 하면 돼요. 단순하게 전달해도 괜찮아요.” 그는 “작가는 ‘대사를 잘 써야지’가 아니라 ‘왜 그럴까’ 관찰해야 한다. 작가는 영감으로 대본을 쓰는 게 아니라 탐구하고 이해력으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경 인터뷰가 담긴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만드는 ‘방송작가’ 웹진

노 작가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는 “가난한 배우들이 밥을 먹게 된 것”을 꼽았다. 이 드라마로 수많은 배우들이 주목받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영희 역을 맡았던 정은혜 배우 이야기도 꺼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인 역할에 장애인 배우를 출연시켜 호평받았다. “정은혜 씨는 1년 전에 처음 만나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지내왔어요. 참 당당하고 매력적인 친구예요. 만나고 나면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외로웠던 이 친구를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니까 좋아요.”

노희경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거짓말>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수많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운을 남겼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작가에게도 드라마 팬들에게도 남아 있다. 다시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겠다는 노희경 작가가 다음엔 또 어떤 투박하고 편안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여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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