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항모 레이건호, 北 IRBM 도발에 다시 동해로
합참 "한미동맹 결연한 의지"
에이태큼스 미사일 4발 발사
北 도발원점 정밀 타격 훈련
한미 합참의장 전격 통화
韓방위 공약 어느때보다 확고"
5일 합동참모본부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를 앞세운 미 제5항모강습단이 동해 공해상으로 다시 전개했다고 밝혔다. 미측 전략자산이 지난달 30일 한·미·일 연합대잠훈련 일주일 만에 동해로 돌아온 드문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는 지난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사이의 전화통화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빡빡하게 짜인 미 전략자산의 임무 일정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은 국방당국 최고위급의 결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합참도 "이번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재전개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항모강습단의 재전개를 계기로 6일 한·미·일 연합 탄도미사일 경보훈련도 진행된다. 북한의 IRBM 위협으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 동해에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2주 연속으로 대응훈련에 나서는 것이다.
한미는 북한 IRBM의 '도발 원점'을 염두에 둔 지대지미사일 무력시위도 함께 펼치며 동맹 차원의 맞대응을 지속했다. 합참은 한미가 이날 0시 50분쯤부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을 2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해 가상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전력이 북측 도발 이후 연합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한 것은 지난 6월 6일 이후 넉 달 만이다.
이날 한미 연합군 최고지휘부도 공조 대화를 하고 계단식으로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측에 맞서 조율된 공동 대응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합참은 김승겸 합참의장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북한의 IRBM 도발에 대해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북한의 도발 이후 시행된 한미 연합 공중 무력시위와 지대지미사일 사격은 동맹의 강력한 대응 능력과 결의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 의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거듭할수록 동맹의 대응태세는 더욱 강력해진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밀리 의장도 "한반도 방위를 위한 미국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면서 "한미가 긴밀하게 조율된 공동 대응을 하는 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같은 날 김 의장은 한국을 방문 중인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접견하고 역내 안보 정세와 상호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다만 북한이 지난달 미 항모강습단 부산 입항 이후에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이번 상황을 계기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개의치 않고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수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과 안제노 책임연구위원은 공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신냉전 질서를 구축하는 당사자의 역할을 모색하는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달 공세적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도 "기존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한반도의 안보질서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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