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을 유튜브 인수가에.." 네이버 시총 5조 증발, 주주들 부글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10. 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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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 인수 소식에 52주 최저가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주식시장은 잘못 인수한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 넘는데 꼭 지금 인수할 필요가 있나요?”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가격이 2조원 아닌가요? 어떻게 중고의류 벼룩시장을 2조 넘게 주고 사죠?”

5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네이버는 전날보다 7% 하락한 16만4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8.8%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떨어진 것이다. 이틀 동안 시가총액 4조8400억원이 증발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급락 시기 가격대로 회귀했다. 역대 최고가(장중 46만5000원)와 비교하면 65%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가 16만원대로 떨어진 건, 코로나 초기인 지난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일 미국의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16억달러(약 2조3441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금액으로 보면 국내 IT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딜이어서 관련업계 관계자들을 모두 들뜨게 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4월 4일로, 딜이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된다.<<a href="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10/05/BA2KBJMPXZESDBY6DRXXWOUOD4/" target="_blank">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조선닷컴에서 여기를 클릭>

네이버 경영진은 ‘인수 가격과 시점이 적정했다’고 강조했지만, 증권업계 시선은 싸늘했다. 성장성 높은 북미 이커머스 시장 진입은 긍정적이지만, 인수가가 너무 높아서 결국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포쉬마크가 올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는 점도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씨티증권(32만8000원→17만원), JP모건(27만원→22만원), 노무라증권(34만원→18만원), CLSA(28만2000원→19만원) 등이 우르르 네이버 목표 주가를 낮췄다. 씨티증권은 “미국 알파벳(구글) 주가수익비율(PER, 높을수록 고평가)이 15.2배, 메타 10.1배, 알리바바 9.7배, 텐센트 16.8배인데 그에 비하면 현재 네이버 PER(22.8배)는 비싸다”고 평가했다. CLSA는 “네이버가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진입했다”고 혹평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일제히 네이버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탑라인 성장성 둔화와 영업적자 확대 추이를 보이는 기업을 인수했는데, 양사가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전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수 발표 후 네이버 전체 마진율 하락을 우려한 주가 급락은 성장주 저가 매수 기회”(유안타증권) 같은 의견도 있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포쉬마크는 지난 4일(현지시각) 네이버 M&A 소식에 13.1% 급등한 17.61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1월 상장 당시 장중 고가는 105달러에 육박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해 8달러선까지 빠졌다.

97만 소액 주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81년생 CEO’로 지난 3월 취임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가가 급락한 것에 대해 너무 심려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은 ‘주가 하락은 안중에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눈물의 물타기도 벌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4~5일 이틀 동안 6809억원 어치 네이버 주식을 순매수했다. 압도적인 1위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인 카카오의 순매수 금액(568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거시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의 M&A는 말 그대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사려는 기업의 가치가 크게 저평가된 것도 사실이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야만 올바른 투자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립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물타기’라는 저가 매수 전략은 당분간 참고 시간을 두고 관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없는 주주들은 당연히 회사 전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수 가격과 시점이 왜 적정하다고 생각했는지 주주들에게 잘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것이 바로 경영진의 책임이며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 급락세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나 이익 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는 아니기 때문에 회사 측의 설명대로 되지 않더라도 현재 주가 수준에서 크게 더 하락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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