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내년 키워드 'RABBIT JUMP'..'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주목"
"'임원 승진' 직장인 최고 목표 아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파놓는다. 약자는 항상 포식자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불경기가 예상되는 2023년에는 '평균 실종'과 '오피스 빅뱅'에 주목하라. 올해로 15년째 다음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제언이다.
김 교수는 5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트렌드 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침체 등에 따른 불경기가 예상되는 내년의 (대표) 소비 키워드를 '래빗 점프'(RABBIT JUMP)로 정했다"고 말했다. 공저자와 함께 꼽은 10개의 소비 트렌드 앞글자를 따 만든 것이다.
그는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로 토끼처럼 뛰어올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내년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할 때는 더 민감하게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10개 트렌드 키워드 중 처음은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었다. 그는 "양극화와 단극화 외에도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가 심화하며 해가 갈수록 통상적인 평균의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이 실종되는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을 더 정확하게 보는 것"이라며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스 마켓보다는 타깃을 명확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두드러진 '오피스 빅뱅'(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도 주목했다. '임원 승진'만을 바라보던 과거 직장 문화와는 작별을 고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다.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거나 최소한의 일만 하려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大)사직 시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입사 3년 내 이직률이 사상 최고"라며 "직장에 뼈를 묻고 임원을 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장 문화는 이제 옛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수 인상, 맞춤형 복지 등도 필요하지만 젊은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해지면서 목적지향적 만남이 중요시되는 '인덱스 관계'(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역시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밀도'보다는 '스펙트럼'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는 소비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꿀 수 있는 키워드"라고 말했다.
'네버랜드 신드롬'(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도 눈여겨봐야 한다. 김 교수는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이런 경향에 대해 일본에서는 '전 국민이 철부지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한국도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노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젊은 열정을 가지고 산다면 사회의 노쇠화를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Z세대 후속인 '알파세대의 등장'(Jumbly Alpha Generation)에 대해서도 "2010년 이후에 태어나 100% 디지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점차 사회의 주역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뜻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s),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품을 내놓는 '뉴 디맨드 전략'(New Demand Strategy),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 요구하기 전에 미리 배려해주는 기술인 '선제적 대응 기술'(Proactive Technology),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등이 내년 10대 키워드에 포함됐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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