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표현의 자유 두고 정부여당·야당 격돌[국감2022]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은 만화 ‘윤석열차’ 논란으로 정부·여당과 야당의 거센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잇따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범했다’고 지적하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진흥원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만화영상진흥원장의 정치 경력을 거론하며 문체부 입장을 옹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체부 국감을 시작하면서 전날 문체부가 보도설명자료를 내면서 경고 조치를 한 ‘윤석열차’ 논란부터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웹툰 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 작품을 두고 문체부가 긴급하게 두 차례 협박성 보도자료를 낸다는 작금의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밀실에서 이뤄져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번에는 아예 공개적으로 예술인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첫번째 질의자였던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치적 내용을 다루면 문체부가 엄중 조치하는가”라며 ‘윤석열차’ 만화 경고조치 문제부터 꺼냈다.
박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며 “저희가 문제삼는 건 최초의 작품 심사 선정 기준에서 처음에 저희들에게 제시한 약속과 달리 가장 중요한 정치적 색채를 빼겠다고 했는데 안 했고 그 조항을 삭제하고 공모를 했기 때문에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어 “대통령실과 연락했는가. 독자적 판단인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독자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윤석열차’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기차의 얼굴이 윤 대통령으로 되어 있고, 조종석에는 김건희 여사가, 객실에는 법복을 입고 칼을 든 인사들이 그려져 있다.
문체부가 제기하는 절차적 문제는 만화영상진흥원이 처음 문체부에 후원을 요청하면서 제시한 수상의 결격 사유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요강 기준(규격, 분량)에 미달된 경우’‘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 등 4가지인데 이 중 3가지가 실제 공모 과정에서 공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전날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전과 오후 두번에 걸쳐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이 그림에서 어떤 부분이 정치적 의도가 있느냐. 어느 부분이 명예를 훼손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하자 박 장관은 “그건 의원님이 보시면 아시지 않는냐. 작품을 보면 자연히 느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박 장관의 답변이 “옹색하다”면서 “문체부가 호들갑을 떠는데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 나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이 결격 사유를 누락한 부분은 2019년부터 관행적으로 반복됐던 일이었다는 반론도 나왔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도 만화영상진흥원은 문체부에 제출한 공모요강 결격 사유 4가지가 실제 공모요강에선 누락됐다. 임 의원은 “과거에도 문체부가 말하는 결격 사유가 누락됐는데 그때는 문제제기를 안 했는데 지금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과거 정부 일은 모른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서 문체부의 ‘경고’ 조치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3월 외신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보도하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기자의 이름과 개인 이력을 공개하고 비판이 거세지자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대자보에 정부는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내사를 진행했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을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는 민형사상 소송까지 갔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일으킨 건 문재인 정권이 시작”이라고 반박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신종철 만화영상진흥원장은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을 지내고 20대 총선 예비후보까지 했던 민주당에 가까운 인사로, 만화 경력이 전무한데도 임명됐다”며 “문화 관련 기관장에 정치적 편향성의 의혹을 살 수 있는 인물이 가는 것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임종성 민주당 의원이 “문체부의 성급한 행동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국민적 논란이 인 데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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