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북미·유럽 상반기 매출 1조 첫 돌파
전년동기대비 30% 늘어
넷마블·NC 성장 두드러져
中 진출 막힌 뒤 새 시장 노려
내년초까지 대작게임 출격
중국 게임 시장이 현지 판호 인가 문제로 정체된 사이 게임산업의 본산인 북미와 유럽을 직접 겨냥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부터 칼리스토프로토콜, 리니지W, 오딘 등 서구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 현지에서 출시되면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대표 게임사 6곳(넷마블·컴투스·넥슨·펄어비스·크래프톤·엔씨소프트)의 서구권 매출액 총합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1조2633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9763억원에서 1년 만에 29.4%나 급증한 규모다.
업체별로는 북미 게임사에 활발하게 투자했던 넷마블이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치를 보였고,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도 두각을 나타냈다.
넷마블은 서구권 매출이 작년 상반기 5481억원에서 올해 7828억원으로 43% 가까이 상승했다. 2015년과 2017년 넷마블이 인수한 현지 게임사 '잼시티'와 '카밤'이 이러한 급성장을 이끌었다. 잼시티와 카밤은 마블과 겨울왕국, 미키마우스,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의 글로벌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출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블록체인 P2E(돈 버는 게임)에도 발 빠르게 접근해 개발·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인수한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도 서구권 매출 상승에 효자 노릇을 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799억원을 벌어들이며 지난해 473억원 대비 약 70% 상승한 실적을 냈다. 히트작 배틀그라운드의 꾸준한 인기와 환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772억원을 벌어 지난해 483억원에서 매출이 60% 올랐다. 올 3월 해외에 출시한 길드워2 확장팩이 효과를 본 것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17년께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 게임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국에서 북미·유럽으로 투자 시장을 넓히고 서구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국내 기업의 서구권 게임사 인수와 개별 게임의 해외 진출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마케팅 강화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일 수 있기 때문에 서구권에서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은 2010년대에 이르러 이른바 '중국몽'으로 거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 대해 투자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이후 2017년께부터 한류 금지령 등이 발동하면서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 발급이 막혔다. 일부 게임이 수년을 기다려 게임 판호를 받아도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트렌드를 따라잡기 힘들었고, 현지 마케팅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중국몽은 꿈으로 끝나고 있다. 이에 게임사들은 중국에는 연락사무소 수준의 법인만 남겨둔 채 서구권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서구권 공략용 게임을 출시할 예정인 점도 고무적이다. 크래프톤은 올 12월 호러 서바이벌 게임 '칼리스토프로토콜'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독일 게임스컴에서 공개되면서 벌써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으며, 증권가에서는 판매량 하단인 500만장을 기준으로 최소 5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초 대작 '리니지W'를 서구권에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서구권 버전에서는 게임 아이템에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이 연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초 히트작 '오딘'의 서구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을 시작으로 국내 매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네오위즈는 이번 게임스컴 행사에서 공개되기도 전에 3관왕을 차지한 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을 콘솔과 PC 두 가지 버전으로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P의 거짓은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 부문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유럽 게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코로나19 기간에 대작 게임 출시가 지연된 가운데 국내 게임사가 올 하반기부터 주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그간 중국 규제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던 게임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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