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친구들 '배달' 간 자리..70대 어르신들이 공사장 채워

정석환 2022. 10.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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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고령화 심각
20년새 30세 이하 8만명 줄어
현장엔 중장년·외국인만 남아
노조 '몽니'도 학을 뗄 지경
업무협상할 노조만 수십개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는 건설근로자 ※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건설 현장에 젊은 사람이 다 어디 갔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희끼리 '다들 배달 오토바이 타러 간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지난달 30일 수도권의 한 공사장의 현장소장 A씨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는 말에 이같이 대답했다. A소장 말대로 이 공사 현장에서 '앳된 얼굴'을 찾아보는 건 쉽지 않았고, 중장년층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만 분주하게 현장을 돌아다녔다.

젊은 인력 이탈은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12만8151명에 달했던 30세 이하 건설기술인력은 2011년 6만939명을 거쳐 지난해 4만5958명으로 급감했다. 31~50세 인력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1년 46만5583명에 달했던 해당 인력은 2021년 37만6967명으로 줄었다.

70대 이상 초고령층 인력은 급증했다. 2001년 2245명이었던 건설기술인력은 2011년 9235명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만8637명으로 집계됐다. 2001년 대비 1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 관련 학과의 경쟁력이 계속 저하됐고, 건설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대외적 이미지가 하락하는 등 복합적 원인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10년 이후의 지표를 다시 예상해볼 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기술인력 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다른 건설현장의 B소장 역시 "젊은 층에 대해 '쉬운 일만 찾는다'고 비판만 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이 때문에 메이저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처우 개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이탈과 함께 노조단체의 거세지는 입김 역시 현장소장의 고충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특정 업무 분야의 경우 협상해야 할 노조가 십수 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경기도 포천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는 특정 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횡단보도를 무리 지어 건너거나 동전을 바닥에 뿌린 후 줍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공사 현장에 진입하려던 레미콘 트럭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소속 조합원 채용, 또는 시위를 하지 않는 대가로 노조발전 기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건설 현장의 한 소장은 "많은 현장소장들이 학을 뗄 지경"이라며 "노조에서 협력업체와 트러블이 발생하면 이를 원도급으로 가져와 문제 삼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취하를 빌미로 이것저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른 소장은 "현장에서 경험이 쌓인 소장들 대부분은 법적으로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고소·고발을 당하면 아무래도 기존 업무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업무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결국 현장과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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