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노골적인 '망이용료' 반대 압박.. 입법화 난기류

김나인 2022. 10. 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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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튜버 앞세워 반대 여론전
트위치는 국내이용자 화질 낮춰
국회·정부에서조차 신중론 고개
관련대표 출석 종합감사에 주목
트위치.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인터넷망 이용대가 지급 근거를 마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 입법화 논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구글 유튜브가 입법화 반대청원을 하고, 트위치가 국내 이용자에게 화질을 낮추는 등 빅테크의 압박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들에 동조하는 유튜버, 게이머들이 입법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와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측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서 망 사용료 입법화 신중론 왜?=망 이용대가 무임승차 문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소송전을 시작하면서 국회와 업계에서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사전·사후 규제 등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플랫폼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 이에 지난 7월만 해도 관련 법안의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불과 2주일 새 상황은 급변했다.

국회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입법과 관련해 눈에 띄게 한 발 물러난 자세를 보였다. ISP(인터넷제공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의원 "국민, 크리에이터 부담 줄 수 있어"=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 논란은 콘텐츠 창작자와 일반 국민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어떤 근거로 입법하고 이용료를 산정할 지에 대해 ISP가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 추진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임대차 법안도 취지는 집 없는 사람 보호하자고 이뤄졌지만 왜곡돼 되레 어려워질 수 있다. 망 사용료 법안 입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5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감에서 망 사용료 부과 관련 입법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국회를 중심으로 망 이용료 법안 입법 신중론이 나오는 배경에는 구글 등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의 '여론전'이 있다. 현재 유튜브가 운영하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청원에 참여해 달라"는 광고가 게시돼 있다. 유튜버들도 같은 내용에 동조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반대청원 광고에 해상도 저하까지=트위치가 여기에 불을 붙였다. 아마존닷컴이 보유한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는 서비스 비용 증가를 이유로 한국에서 최대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서비스 비용 증가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망 사용료 문제를 두고 CP측의 입장에 동조해 반대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4일 열린 과방위 국감 생중계를 보면서 네티즌들이 이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 입법화의 피해자로 국내 CP들을 드는 이들이 있지만, 이 법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글로벌 CP를 겨냥한 것"이라며 "구글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되려 크리에이터들을 볼모로 삼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트위치코리아에 갑작스러운 동영상 화질 저하 조치로 인한 민원 대응을 위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KTOA 측은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홈페이지 블로그에 일방 공지 후 전격적으로 화질 저하 조치를 시행해 통신사에도 상당히 많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통신사에서는 트위치 서비스가 문제없이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시행됐다는 점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용자 편익에 곧바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용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통위 종합감사에 눈길=특히 서비스 비용 증가를 이유로 화질 저하를 결정한 트위치의 경우 수익모델 문제를 호도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사 CP인 아프리카TV와 비교하면, 트위치는 사용자수(MAU) 대비 후원·구독 거래대금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치 자체 후원툴 '비트' 대신 서드파티인 '트윕'과 '투네이션'이 자리잡다 보니 발생한 후원 매출을 트위치가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망 이용대가를 내고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6% 늘었다.

이에 오는 21일 열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눈길이 쏠린다. 이날 종합감사에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숌톤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가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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