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거부' '조용한 사직'.."내년 핵심 트렌드는 오피스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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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될 재목이야."
한 대기업 임원이 신입 사원에게 이런 덕담을 건넸다면, 그 사원은 기뻐할까.
'평균 실종'도 내년 핵심 트렌드다.
불경기 지속으로 무(無)지출과 조각구매, 공동구매 등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족의 부상,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에는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디깅모멘텀'(과몰입) 현상도 내년 트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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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분석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
내년 10대 트렌드 살핀 '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임원이 될 재목이야.”
한 대기업 임원이 신입 사원에게 이런 덕담을 건넸다면, 그 사원은 기뻐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임원이 될 때까지 수십 년간 회사를 다닐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로망은 임원이 아니라 이직.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 근무에 적응했고, 자산가격 상승과 임금가치 하락을 경험하며 '일의 의미'도 격변했다. 바야흐로 승진보다 업무환경, 조직보다 개인, 평생 직장보다 조기 은퇴가 중요한 ‘오피스 빅뱅’ 시대다.
‘트렌드 분석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5일 ‘트렌드코리아 2023’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일은 하되 조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승진 거부’,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움직임도 오피스 빅뱅의 일부다. 주로 IT기업, 대기업 중심의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일의 정의’가 빠르게 변하는 점은 개인과 기업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슈다. 김 교수는 “좋은 인재를 잡으려면 ‘보수 인상’이 아니라 구성원이 성장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평균 실종’도 내년 핵심 트렌드다.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은 이제 그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ㆍ경제ㆍ문화의 양극화로 시장의 ‘전형성’이랄 게 아예 사라졌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ㆍ차별화ㆍ다양성이 필요해졌다는 얘기. 김 교수는 “사람들의 취향이 너무 달라 평균을 내는 게 무의미하다”며 “각자 핵심 역량과 타깃을 분명히 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도 곧 옛말이 될 테다. 김 교수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에 주목한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 구매력이 작고 인구도 적지만 사회 변수라 할 만큼 개성이 또렷하다. 말하자면 ‘전교 1등, 엄친아’를 부러워하지 않는 새로운 부류.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게임이면 게임 모두가 자기만의 ‘필살기’가 있어 ‘너도 셀럽, 나도 셀럽’으로 여긴다. 이들의 가장 애정하는 놀이터는 무인문구점, 다이소, 셀프 사진관. 15초 짧은 시간에 개성을 뽐내는 ‘틱톡’의 성공은 알파세대의 특성을 잘 구현했기 때문이다.
불경기 지속으로 무(無)지출과 조각구매, 공동구매 등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족의 부상,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에는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디깅모멘텀’(과몰입) 현상도 내년 트렌드로 꼽았다. 인간관계는 ‘밀도’보다 ‘스펙트럼’(범위)을 중시하는 ‘인덱스’(Indexㆍ색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고, 매력적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이 소비자로 붐비는 ‘공간력’이 중요해졌다.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네버랜드 신드롬’, 사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배려해주는 ‘선제적 대응기술’ 등도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
2023년은 계묘(검은 토끼) 해다. 토끼는 작고 유약해 보이지만 ‘교토삼굴(狡兎三窟ㆍ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이라는 말처럼 꾀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물가 급등, 금리 인상, 소비 위축이라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잘 듣고 잘 보는 토끼처럼 지혜롭고 유연하게 뛰어오르자”는 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책의 부제는 ‘Rabbit Jump’.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유종현 인턴기자 kobang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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