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가 아니라 혁명이다" 교실에서 하메네이 사진 떼어 낸 이란 여학생들

박은하 기자 2022. 10. 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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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각지 반정부 시위 계속
가디언 "10대들 시위 합류"
트위터 화면 캡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3주째 벌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최근 10대들이 시위에 합류했다고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인들의 소셜미디어(SNS)에는 여학생들이 교실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교실 벽에서 떼어내는 영상이 올라왔다. 학생들이 히잡을 벗은 채로 두 전·현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도 SNS에 올라왔다. SNS에 올라온 영상 가운데는 한 무리의 10대들이 최고 지도자를 향해 성적인 자세를 취하며 모욕하는 장면도 있었다.

앞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목숨을 잃은 여학생 니카 샤카라미(17)를 추모하면서 10대 여학생들이 시위대에 합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BC페르시아에 따르면 니카는 지난달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행방불명됐으며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트위터 영상 캡처

오프라인에서도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히잡을 벗어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히잡을 불태우는 ‘화형식’도 벌였다. 표어인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영상도 쏟아지고 있다. 거리 시위가 여의치 않을 때에는 교실에서의 시위를 찍어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대학가의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혁명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할 수 있는 곳에서는 행진을 하고 불가능한 곳에서는 온라인에 영상을 올려 시위가 이어진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반정부 민심을 노래로 엮어 온라인에 올렸다가 체포된 셔빈 하지푸르(25)를 지지하는 시위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란인들이 SNS에 올린 셔빈의 노래 ‘바로예’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채널에 업로드돼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온라인으로 노래를 접한 사람들은 이를 배경음악으로 입혀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전파하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 ‘사회를 바꾼 노래’ 수상자로 셔빈을 추천하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국영 IRNA 통신에 셔빈을 석방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그 밖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셔빈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셔빈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노래를 삭제하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위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인 모두가 이 시위에 대항해야 하며, 이 시위는 외국 활동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번 폭동은 계획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 이번 시위가 이란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외국의 음모”라고 발언했다.

이란인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강경파 일간지조차도 “사회 전반적으로 깔린 분노가 없었다면 시위가 촉발될 수 없다”며 정부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6일 히잡을 쓰지 않아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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