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팡질팡 '망 무임승차 방지법'..글로벌 빅테크 갑질 못 막나

서정윤 기자 2022. 10. 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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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튜버 볼모 삼은 입법 반대 움직임 멈춰야 지적도

(지디넷코리아=서정윤 기자)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단연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째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추진된 이 법안은, 최근 구글이 입법 반대 움직임을 보이며 논란이 됐다.

현재 국회에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큰 틀에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에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앞서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분위기는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를 가진 후 반전됐다. 

후반기 과방위에 법안을 상정한 의원 중 3명만 남아있어 전반적인 법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데다, 같은날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부사장이 법안 반대 서명을 촉구하면서 입법부의 분위기가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망 무임승차 방지법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조차 입법 취지를 무색케 할 만큼 내부에서는 엇박자 분위기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전에 선정한 '22대 민생 입법과제'에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당내 기구인 민생우선실천단에서 '빅테크 갑질 방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법안 통과를 추진해 왔지만,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SNS에 "망 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란 글을 올리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이어 최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키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들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로 보는 분위기다.

심지어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시간을 가지고 같이 (논의)하자고 했는데 야당끼리 청문회를 했다"며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참 주장하다 최근 구글, 넷플릭스 등이 뭐라 하니 물러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법안의 취지는 국내 CP의 망 이용대가 이슈와는 상관없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GCP)가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할 경우 이를 제재하기 위한 법이다. 오히려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CP와 이를 회피하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간 역차별을 바로 잡기 위한 제도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은 적용 대상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규모 CP'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이 가운데 메타와 네이버, 카카오가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법 적용대상은 구글과 넷플릭스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구글은 한국의 사업 운영 방식 변경이란 말로, 사실상 망 이용대가가 부과될 경우 이를 유튜버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압박 중이다.

또 구글은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플랫폼인 유튜브와 유튜버도 동원 중이다. 유튜버들은 채널에 망 무임승차 방지법 반대 논리를 전파하는 홍보 영상을 게시하고 있으며 해당 영상들은 꾸준히 유튜브 상위에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가 구글이 시켜서 영상을 찍었다는 자백을 하면서 그 영상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망 중립성'을 근거로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은 인터넷망이 무료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네트워크상에서 모든 콘텐츠를 차별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일 뿐이고 인터넷이 공짜란 뜻은 아니다.

법안은 무임승차 방지가 목적이다. 망 대가를 내야 하는지, 수준이 적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구글은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방식을 바꾸겠다고 공지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부사장은 "망 이용대가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ISP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될 경우 유튜브는 한국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튜버들에게 주는 수익배분을 줄이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트위치는 서비스비용 증가를 이유로 한국에서만 화질을 낮췄다. 과연 이런 글로벌 빅테크들의 갑질은 정당한가. 의원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갑질을 더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서정윤 기자(seojy@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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