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현장] 연대의 힘..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로 출항(종합)

조은애 기자 2022. 10. 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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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부산=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인 '바람의 향기'를 시작으로 영화의 바다를 향해 출항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영화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의 기자시사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상영한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아들을 간호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도우며 난관을 넘는 과정을 잔잔한 템포로 그린다. 현실은 가끔 비참하고 악인들 때문에 삭막해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겨내는 연대의 힘을 강조하며 위로를 전한다. 러닝타임 90분으로 비교적 작고 또 고요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커다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앞서 지난 2015년 '아야즈의 통곡'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직접 주연을 맡기도 했다.

약 7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오늘 이곳에 오게 돼 행복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기억과 추억은 굉장히 중요하다.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왔을 때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깨끗한 영혼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라 기쁘고한국분들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예의바른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한국에 아름다운 인상을 갖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제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에게 '왜일까?' 물었다. 이 자리에 계신 허문영 집행위원장님께 묻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단순하다. 영화가 좋았다"고 답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 / 사진=부산국제영화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란 영화의 발전을 위해 많이 도와주셨다. 또 항상 예술영화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셨다. 이란 영화 산업의 모든 사람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너무 좋아하고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바람의 향기'에 대해서는 "저희 영화 제목은 영화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다 끝나면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걸 의미한다. 제 생각에 인간의 중요성은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굉장히 지쳐서 숨을 쉬지 않게 된다면, 그래도 계속 살아나가야하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계획하지 않았는데 어떤 우연 때문에 좋은 장면이 나온 부분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저는 제가 이 영화를 창조했다기보다 이 영화 옆에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계획도 있었지만 저는 그냥 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좋은 사람이라면 제게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제게 오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늘 열려있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또 "숨어있는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서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그것은 신이 만든 아름다움 중에 가장 잘 보이는 것 중 하나다. 또 다른 아름다움은 그 풍경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치를 보면 역사적 아픔이나 인간의 고통이 느껴진다. 특히 그곳에선 어떤 기쁨도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향기' 스틸

그러면서 "우리 삶엔 많은 장애가 있다. 사회적 장애도 있고 정신적 장애도 있다. 장애를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의 반응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게 영화의 주제였다. 제가 연기를 맡은 이유는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는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이 많았지만 여러분은 배우를 보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걸 연기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부터 14일까지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총 상영작은 354편으로, 개막작은 '바람의 향기',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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