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 국경절 연휴에도 애국주의 영화 극장가 휩쓴다
농촌 부조리 다룬 영화는 극장가서 사라져
중국에서 올해 국경절 연휴(10월1∼7일)에도 애국주의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중국 영화 통계 플랫폼 덩타(燈塔)는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만리귀도(萬里歸途)>가 5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현재 누적 입장 수입 8억위안(약 1608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했다. <만리귀도>는 누미아(努米亞)공화국이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내전이 일어나자 현지에 있던 중국 외교관들이 교민 철수를 도우라는 명령을 받고 사선을 오가며 자국민들을 대피시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현지 중국 외교관들이 교민들을 철수시켰던 실제 사건을 각색해 만든 영화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에 맞춰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다음날 입장 수입 1억위안을 돌파한 데 이어 6일만에 누적 수입 8억위안을 넘어서며 극장가에서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경절 때 상영된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개봉 3일 만에 8억위안의 입장 수입을 거둔 것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국경절 연휴 극장가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인기다. 입장 수입으로 보면 <만리귀도>는 국경절 연휴 중국 전체 영화 입장 수입의 7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이 영화의 입장 수입이 최소 2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도 국경절 연휴를 맞아 애국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 띄우기에 한창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조국과 국민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강한 책임감을 가진 영화 속 외교관들의 모습이 많은 관객을 감동시켰다”며 영화가 격동의 세계 속에서 강한 국가적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강한 조국을 갖고 있어 잘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관객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달 농촌 주민들의 고단한 삶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먼지 속으로 돌아가다(隱入塵煙·Return to dust)>의 상영이 돌연 중단돼 논란이 일었다. 이 영화는 당초 9월 말까지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던 중 지난달 12일쯤 극장가에서 사라졌고,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감상을 할 수 없게 됐다. 농촌의 빈곤과 독신자 문제, 식량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의 이야기와 지역 개발에 따른 주택 철거 문제 등을 다룬 영화의 내용이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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