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금 2억 내렸다".. 내년 초부터 1만 가구 입주장 열리는 개포동 가보니
1단지 입주권, 4단지 보다 59㎡ 기준 1억 더 비싸
경우현 통합재건축도 '주목' "입주까진 10년은 봐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으로 가기 위해 3호선 도곡역에 내려 양재천을 넘어갈 때쯤, 저 멀리서 ‘쿵 쾅 쿵 쾅’ 공사 소음이 희미하기 들리기 시작했다. 6702가구에 달하는 개포1단지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파트는 이미 20층 정도까지 지어진 가운데 십 여 대의 타워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1단지에서 한 블록 건너뛴 개포4단지에서도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포크레인이 바삐 흙을 퍼나르며 조경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외관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만큼 펜스도 나지막하게만 유지됐다. 내년 초 입주를 시작하는 이 단지는 3375가구 규모다. 1단지가 내년 말 입주를 시작하니, 약 1년새 1만가구가 개포동에 공급되는 셈이다.
1단지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4단지는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로 이름을 새로 단다. 두 단지는 모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는 ‘초품아’다. 1단지는 개포동 일대의 ‘대장주’라는 점에서, 4단지는 삼성로를 면하고 있어 대치동 학원가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데에서 각각 장점이 있다.
이들 단지는 현재 조합원 지분 매물만 입주권 거래가 가능하다. 같은 평형을 기준으로 개포1단지가 4단지보다 1억원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개포4단지는 지난 6월 전용 59㎡가 20억원에, 개포1단지 같은 평형은 같은 달 20억9000만~21억1343만원에 손바뀜 됐다.
개포1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1단지의 경우 최근 40평형대가 상속매물로 3억원 가량 싸게 거래되면서 실거래가가 내려가긴 했다”면서도 “거래 가능한 매물이 일부에 불과한데다가 소유주 대부분이 인근 구축에 거주하며 입주를 원하고 있어 가격이 많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1980년대 지어진 5층짜리 주공아파트가 주를 이뤘던 개포동의 ‘천지개벽’은 이들 1단지, 4단지 준공과 함께 1차적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포문을 연 건 2019년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2단지)와 디에이치아너힐스(3단지). 1년 뒤에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개포시영)가 등장하면서 개포동의 신축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들 아파트는 강남권에서도 손꼽히게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조경으로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핵심 학군지인 대치동보다 실거래가가 더 솟구치기도 했다. 디에이치아너힐스는 지난 2월 전용 132㎡가 59억원에 거래돼 눈길을 끌었다. 중소형 평형이 3.3㎡ 1억원을 넘은데 이어 대형 평형도 신고가를 찍었다.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올해 7월 99.99㎡가 37억3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다만 금리인상과 공격적인 공급은 전셋값을 끌어내렸다.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전용 84㎡의 전세 실거래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17억~18억원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15억7500만원까지 거래되면서 호가가 15억~16억원대로 내려왔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개포4단지, 1단지가 완공된 후에도 이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었다.
개포1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가 2억원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오르질 못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와 내년 말에 예정된 4단지, 1단지 입주 때까지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 같은데 어쩌면 연말쯤 더 내려갈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개포동에서 또 주목받고 있는 사업지는 경남, 우성3차, 현대1차(경·우·현) 통합재건축이다. 개포동의 최초 민영아파트였던 이들은 현재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해 통합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각각 678가구, 405가구, 416가구인 경·우·현은 재건축 후에 3000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 된다. 양재천을 끼고 있는 데다, 개포동에서 입지로는 첫 손에 꼽히는 곳이라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가격 또한 그만큼 지지를 받고 있다. 경남아파트는 지난 4월 전용 186.16㎡가 4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경남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 정비구역으로 확정되면 조합설립 등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추진위원회는 완공까지 5~7년 바라보고 있지만 매수를 생각한다면 10년은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부터 1년간 개포동에 약 1만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매매가격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었다. 비과세 조건을 의식해 2년 거주를 해야 하는 데다, 시장의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의 입주 매물 중 개포동의 물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1년의 기간을 두고 두 단지가 입주를 하는 데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12억원 이하에 대한)을 채우기 위해 2년 거주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매물을 던지는 집주인이 많을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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