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두르고 광화문 메운 보험설계사들 "네이버·카카오 보험 진출 막아라"

이경탁 기자 2022. 10. 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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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 보험영업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네이버·카카오·토스의 보험 진출을 결사 반대한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5000여명이 5일 머리띠를 둘러메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가졌다. 최근 금융 당국이 ‘온라인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는 규제를 풀어줘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대형 IT기업(빅테크)들이 보험 시장에 진출하게 되자, 설계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경탁 기자

한국보험대리점협회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쯤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와 근로자 5000여명이 모여 광화문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앞서 지난 8월에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300여명 규모의 반대 집회를 연 바 있다.

설계사들은 보험 시장에 빅테크 기업이 진출하게 될 경우 이들이 방대한 고객DB(정보)를 무기로 자동차보험이나 장기보험 등 대면용 상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대다수 보험설계사는 원수보험사보다 보험대리점에 소속되어 있다. 보험사들은 인건비 등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본사 소속 설계사를 줄이고 보험대리점을 통한 외주를 확대하는 추세다. 소득 감소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빅테크마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보험 시장에 뛰어들 경우 생존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설계사들의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는 흔히 중년 아줌마로 대변되던 보험설계사들부터 양복을 갖춰 입은 중년 남성 보험설계사, 20~30대의 젊은 보험설계사들까지 다양하게 모여 ‘온라인 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45만 보험영업인 생존권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목소리를 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 모습./이경탁 기자

인천에서 참가했다는 한 남성 보험설계사 선모씨(45세)는 “지난 15년을 보험영업에 종사했는데 최근 대형 IT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 시장을 노리면서 우리 설계사들의 입지가 없어질 수밖에 없어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여성 보험설계사 한모씨(60세)는 “40년을 보험설계사로 일했지만 최근 인터넷 플랫폼이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상품 분석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더는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화공연을 시작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격려사, 연대사 등이 이어졌다. 오상훈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카카오 플랫폼을 ‘마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페이를 통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고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

오 의장은 “카카오택시가 생기고 기사님들이나 고객들이나 좋아진 게 있느냐”면서 “택시 기사들이 하루에 15시간이나 일하면서 카카오에 수수료로 다 빼앗기고 최저임금밖에 못 가져가니 다들 그만두고 택시 잡기도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편리함이란 것은 마약과도 같고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하는 것은 국민에게 마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보험대리점협회 제공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들은 약 3분간의 결의문 낭독을 통해 “빅테크 기업은 월등한 자본력과 수천만 이용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할 것”이라며 “이는 이미 출발선부터 공정과는 거리가 먼 경쟁”이라고 했다. 이들은 “빅테크들은 갑(甲)의 지위를 남용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개별 산업의 종사자들을 고사시키며 줄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금융 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슈퍼 갑’인 빅테크 기업의 보험 시장 진출을 용인하는 것은 극심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45만 보험영업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 활성화를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보험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허용한 바 있다.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 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결의문을 낭독한 후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채택해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호소문에는 ‘온라인플랫폼을 위한 사업비 부과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커져 민원 유발 등 소비자 편의가 저하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보험대리점협회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생존권 사수를 위한 보험 영업인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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