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덕에 웃어요"..급등하는 유가에 닷새간 50% 올랐다

김효선 기자 2022. 10. 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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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에너지주 3배 추종 ETN 급등
OPEC+ 대규모 감산 전망에 유가 상승이 원인
증권가 "감산 되더라도 추가 상승은 제한적"

최근 박하영(31·가명) 씨는 ‘너구리’ 덕분에 하락장 속에서도 40%가 넘는 수익률이 찍혔다. 단 며칠 만에 이룬 수익에 박 씨는 “더 넣을 걸 싶다가도 언제 매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일명 ‘너구리’에 투자한 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단 닷새만에 50% 수익률을 기록했다. 너구리는 캐나다 몬트리올 투자은행이 운용하는 ‘MicroSectors U S Big Oil Index 3X Leverage’ 상장지수증권(ETN)의 별칭이다. 티커가 ‘NRGU’인데 티커 발음이 너구리를 떠올리게 해 서학 개미 사이에서는 해당 종목이 ‘너구리’라고 불린다.

/로이터

티커(Ticker)는 주식 이름을 쉽게 표시한 ‘약어’를 말한다. 미국 주식의 경우 종목명이 긴 경우가 많아 티커로 쉽게 종목을 명한다. 가령 코카콜라의 티커는 ‘KO’, 테슬라의 티커는 ‘TSLA’인 식이다.

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NRGU는 전 거래일 대비 13.9% 급등한 459.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NRGU는 전날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5거래일 동안 주가가 49.26% 폭등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3.32% 오른 것과 비교하면 15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NRGU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정유주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엑손모빌·쉐브론·마라톤 등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 시세를 3배 추종한다. 가령, 시세가 1% 오르면 해당 상품은 3%의 수익률을 얻는다.

최근 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정유주 3배 레버리지 상품인 NRGU의 수익률이 급등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5일(현지 시각) 열리는 회의에서 대규모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89달러(3.5%) 오른 배럴당 86.5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2.94달러(3.3%) 상승한 배럴당 91.80달러로 집계됐다. 전날에도 WTI는 5.2%, 브렌트유는 4.4% 급등한 바 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5일 회의에서는 이달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감산 규모가 100만 배럴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이후 최대 감산량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 여파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자, 유가 하락 방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OPEC+ 회의에 주목하면서도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 이슈로 유가가 빠르게 상승한 만큼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감산 규모가 발표될 경우 유가의 추가 상승 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 결정이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적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과거 2001~2002년과 2008~2009년 경기 침체 시기 총 3~4차례에 걸쳐 OPEC은 500만~6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지만, 감산 발표 시마다 국제 유가는 단기 반등 이후 재차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전문가들은 NRGU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수석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NRGU도 향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레버리지는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활용하는 상품으로 횡보장에서는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으로 기대하는 수익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배 레버리지인 NRGU는 날마다 그날의 수익률을 추종하기 때문에 장기로 운영하면 가치가 하락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또한 큰 수익을 얻을 수있는만큼 손실 위험도 있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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