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에탄올' 논쟁..석유대체연료 vs 식량난 초래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석유 대체 연료인가 아니면 식량 부족을 초래하는 바이오에너지인가'
옥수수·밀·사탕수수·감자 등 녹말 작물을 발효시킨 바이오 에탄올을 두고 논쟁이 한창이라고 중국의 유력 인터넷 매체인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이 5일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석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바이오 에탄올이 차량 연료 첨가제로서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식량 자원을 줄여 식량난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주로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에탄올은 휘발유와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할 수 있는 연료 첨가제다. 작물의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경유와 섞어 사용하는 바이오 디젤과는 다르다.
석유보다 가격이 싼 바이오 에탄올은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미국은 이미 휘발유에 바이오 에탄올을 혼합하는 내용이 담긴 재생 연료 의무화 정책을 2005년과 2007년 도입한 바 있다. 유가 급등 때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4월 12일 아이오와주의 에탄올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바이오 에탄올을 활용해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공행진 하는 유가를 잡겠다는 제스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3월 물가 상승의 70%는 푸틴 때문에 발생한 유가 상승에서 기인한다"며 유가 안정을 위해 에탄올 함유량이 15%인 고(高)에탄올 휘발유 E15에 대한 판매 허용 방침을 밝혔다.
실제 미국에선 지난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E15가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휘발유는 에탄올 함유량이 10% 안팎이었다. 바이오 에탄올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은 저렴하다.
신랑망에 따르면 바이오 에탄올 비중이 15%인 연료를 쓰는 차량은 100% 휘발유 사 용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4∼5% 짧고 바이오 에탄올로 인한 엔진 부식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기는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효용이 작지 않다.
정부로선 대체재인 바이오 에탄올 사용으로 석유 수입량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로선 주유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바이오 에탄올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 환경보호청(EPA) 등에 따르면 바이오 에탄올 연료가 100% 휘발유와 비교할 때 온실가스를 45% 줄일 수 있다. 미국·유럽연합(EU)·브라질 등 60여 개국은 바이오 에탄올 연료 정책을 도입했다.
한국은 2013년 자동차 경유에 바이오 디젤을 의무적으로 섞는 정책을 도입했으나 바이오 에탄올에 대해선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식량 부족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녹말 작물은 대개 식량으로 쓰여 바이오 에탄올 연료 활용이 많아지면, 식용 자원을 줄여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빈국에 식량난을 초래할 수 있다.
주요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식량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신랑망은 미국이 지난해 바이오 에탄올을 만들려고 1억t 이상의 옥수수를 사용했다면서, 이로 인해 옥수수가 주식인 아프리카에서 3억 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 집행이사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비료 가격이 급등해 3억4천500만 명이 생명을 위협받는 수준의 식량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식량 위기가 심각한 48개국은 2022∼2023년에 모두 90억 달러의 수입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IMF는 덧붙였다.
중국 인민대학교 농업·농촌개발학원의 추환광 학장은 2008년 식량 위기 때 식량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바이오 연료 생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신랑망은 바이오 에탄올 생산 확대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수십 개 국가가 심각한 정치적 혼란과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위기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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