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들어와 산다" 거짓말로 임대차계약 갱신거절한 집주인..세입자 대부분 손해배상청구 포기했다
조정성립 22건..손해배상액도 소액에 그쳐
박상혁 의원 "실거주 입증책임 갱신청구권 무력화"
세입자 A씨는 지난 2017년 1월 B씨 소유의 아파트를 보증금 8억원, 월세 240만원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2018년 11월에는 월세를 300만원으로 올리면서 계약기간을 2021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 집주인 B는 계약기간 만료 4개월 전인 2020년 9월 A씨에게 “실거주를 하려고 한다”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같은 통보를 받은 A씨는 두 달 뒤인 11월 B씨에게 “조건을 변경해서라도 2년 더 연장해 살고 싶다”며 갱신청구권 사용의사를 전달했다. B씨는 내용증명 등을 통해 갱신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A씨는 “실제로 들어와 거주하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집을 비워주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의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집주인 B씨가 A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소송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와 내용 등에 비춰 임대인이 갱신요구를 거절할 당시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실거주 예정임을 소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도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이 없음을 입증할 책임은 임차인에게 있다고도 명시했다.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신설했지만 집주인의 실거주 입증책임을 임차인이 지게 함으로써 여전히 임차인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제도 시행 이후 곳곳에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례 역시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法 “집주인 실거주 목적 입증책임 임차인 몫”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집주인이 실거주목적으로 갱신청구를 거절한 후 제3자에게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임차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115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이 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28건, 인천 14건으로 수도권이 전체 손해배상접수 건수의 64.3%(74건)를 차지했다. 부산, 대구, 광주, 강원, 대전, 전남, 제주에서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전체 접수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경우 역시 극히 일부에 그쳤다. 조정성립액도 임차인 ‘이사비’ 및 ‘중개료’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도 화해하거나 세입자가 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년간 세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115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22건에 불과했으며, 조정성립액도 총 1억3342만7000원에 불과했다. 지난 6월 경기도에서 조정된 사건의 조정성립액이 24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방은 대부분 100만~450만원 수준에서 조정이 성립됐다.
박상혁 의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가 계약갱신청구권 무력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 강화 및 계약갱신 거절 사유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임대인에게 거부 사유의 입증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는 등 갱신거절 기준과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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