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골프치는 가을에 휴장?"..테디밸리, 열흘 문 닫고 양탄자 페어웨이 만들었다
(MHN스포츠 김인오 기자) "가을 골프는 빚을 내서라도 친다."
골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다. 가을은 골프의 황금기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텨낸 잔디가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 무더위를 이겨낸 후 가을이 되면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 얼룩달룩 색깔 옷을 입은 풍광까지 더해지면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골퍼들이 가을을 기다리는,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필드를 만끽하려는 이유다.
그 '빚'은 단순 비유가 아니다. 실제 가을이 되면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한 탓에 그린피가 올라간다. 그럼에도 골프장 예약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따라서 골프장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가을 시즌에 쌓인다.
시류를 역행(?)하는 특이한 골프장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대표이사 김준) 얘기다. 이 곳은 제주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가시덤불 숲의 제주 방언)' 복원 사업 일환으로 2007년 9월에 개장했다.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는 지난 9월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문을 걸어잠궜다. 휴장 이유는 '라이그래스 오버시딩'. 난지형잔디인 버뮤다그래스가 기본인 이 골프장은 동절기 휴면에 대비해 매년 가을이 되면 한지형잔디인 라이그래스를 오버시딩한다.
쉽게 말해 겨울이 되면 누렇게 변하는 난지형잔디에 추위를 잘 견디는 한지형잔디를 혼합해 녹색 필드를 유지한다. 성향이 다른 잔디를 섞었지만 묘하게 궁합이 잘 맞아 10월 중순부터는 양탄자같은 페어웨이에서 샷을 즐길 수 있다.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그래스 종자 비용에만 약 2억원이 투입됐다.
난지형잔디에 한지형잔디를 오버시딩하는 방법은 코스를 설계한 김학영 프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1세대 골프장 코스 설계가인 김 프로는 제주도와 기후가 유사한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이 버뮤다 품종을 사용하는 것에 착안, 겨울이 오기 전 라이그래스를 오버시딩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사계절 푸르른 코스 상태를 유지하는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명문 코스로 자리잡았다.
배기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총지배인은 "9월 황금기에 열흘을 휴장하는 것은 골프장 매출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회원 등 고객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를 해주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며 "라이그래스가 곧 자리 잡으면 겨울에도 양탄자같은 최고의 코스에서 골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골프장에 거대 정원 풍광은 '덤'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는 골프장의 토대인 곶자왈 보호를 위해 미국에서 저명한 환경 복원 전문가를 초빙했다. 7번홀과 8번홀 사이에 있는 에코브릿지와 에코터널이 그 노력의 한 단면이다. 동물들의 이동로를 확보했고, 제주 자생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제주도는 화산 지역 특성으로 물이 부족하다. 특히 식용수가 넉넉하지 않다. 골프장은 잔디 생육에 많은 물이 사용된다.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도 마찬가지. 이 곳은 지하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갈수기에 대비한 15만톤 이상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 시설을 만들었다.
골프장의 전체 분위기는 잘 가꿔진 정원같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테디베어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이 반겨준다. 산책(라운드)을 준비하고, 출발을 하려는, 그리고 떠나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선사한다. 테디베어 피아니스트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코스에 들어서면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컨셉트, 그리고 야자수 등 남국의 정취가 풍겨나는 컨셉트가 펼쳐진다. 블라인드홀이 없다는 것도 자랑이다. 18개 홀 모두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기 때문에 코스 공략에 집중할 수 있다.
시그니처홀은 밸리코스 13번홀로 이국적인 풍광이 일품이다. 테디코스 7번홀은 페어웨이 폭이 좁게 느껴지고, 그린 주변 3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위압감을 준다.
19번홀로 불리는 '기부자 홀(Donor's Hole)'도 재밌다. 18홀을 마친 후 아쉬움을 토로하는 골퍼들을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팀당 1만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쌓은 금액은 전액 제주도 교육, 의료, 불우이웃 기관에 기부된다.
◇체류형 리조트다운 부대시설 갖춰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는 회원 등 고객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가장 좋은 골프장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거기엔 체류형 리조트다운 부대시설이 한 몫했다.
북쪽으로 한라산, 남쪽으로 산방산이 조망되는 곳에 자리한 71실의 특급 호텔 머큐어앰배서더제주와 150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연회장, 그리고 8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을 갖췄다.
또한 클럽하우스에 있는 테디베어 레스토랑과 샷 연습이 가능한 250야드 길이의 드라이빙 레인지가 마련돼 있다.
호텔은 최근에 리브랜딩했다. 전 세계 110개국, 5000여개 호텔과 레지던스에서 40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호스피탈리티 산업 그룹 아코르와 손을 잡았다. 아코르의 여러 브랜드 중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가 선택한 것은 머큐어다.
호텔에는 야외 TVGR 인피니티 온수풀과 호텔 내 TVGR 라운드, 피트니스 센터, 요가룸, 가라오케 등이 운영된다. 단순한 숙박을 넘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 준다.
클럽하우스 내에 있는 레스토랑은 '대한민국 10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 선정된 바 있다. 제주 현지 식자재와 제철 식재료로 조리한 음식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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