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폴란드의 '2차대전 배상' 요구 거부.. "이미 종결"

김태훈 2022. 10. 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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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입힌 피해를 배상하라"는 폴란드의 요청을 거부했다.

전날 폴란드가 2차대전 때 나치 독일 점령으로 인한 피해 배상 명목으로 1조3000억달러(약 1844조원)의 지불을 독일에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독일은 "1990년대 이뤄진 배상으로 두 나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완전히 종결됐다"는 입장인 반면 폴란드는 "독일이 지급한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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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폴란드 외교장관, 바르샤바에서 담판
독일 "두 나라 간 과거사 문제 이미 끝나"
폴란드 "협상에서 독일 입장 바뀌길 희망"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입힌 피해를 배상하라”는 폴란드의 요청을 거부했다. 폴란드의 청구액은 우리 돈으로 1800조원이 넘는 규모다. 독일은 “두 나라 사이의 과거사 문제는 이미 종결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이 ‘바르샤바 안보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전날 폴란드가 2차대전 때 나치 독일 점령으로 인한 피해 배상 명목으로 1조3000억달러(약 1844조원)의 지불을 독일에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1조3000억달러란 금액은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과 국가기록, 개인의 은행 예금 등을 모두 합산해 산정된 것이다.

배어복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 정부는 이(과거사)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2차대전 배상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독일 정부의 관점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여 외교부 차원이 아니고 올라프 숄츠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의 공식 입장임을 강조했다.

물론 그는 “독일은 과거 나치 정권에 의한 폴란드 침공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배상과 별개로 독일의 잘못은 시인한 것이다. 이에 라우 장관은 “향후 협상에서 독일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 문제를 독일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할 뜻임을 내비쳤다.

2차대전은 1939년 9월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며 시작했다. 이후 1945년 5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폴란드는 5년 이상 독일군의 가혹한 점령통치를 받았다. 이 기간 군인과 민간인을 더해 약 600만명의 폴란드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왼쪽)이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독일은 전후 폴란드를 비롯해 과거 나치 탓에 피해를 본 동유럽 국가들에 배상금을 지불했다. 당시 독일은 동서독으로 분단돼 있었고 동독은 폴란드와 함께 공산주의 진영에 속했다. 이에 소련(현 러시아)은 공산권 국가들의 단결을 꾀하는 차원에서 폴란드에 배상금 청구를 포기할 것을 종용했고, 결국 폴란드는 1953년 “지난 전쟁과 관련해 더는 독일에 배상 등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엔 전쟁 결과로 옛 독일 땅의 상당 부분이 폴란드에 넘어간 점도 크게 작용했다. 독일인들 사이에는 ‘2차대전 후 유럽의 국경선을 새로 그으며 폴란드가 독일로부터 영토적 보상을 받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폴란드에 배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긴 했다. 그런데 당시 배상은 나치 강제수용소 수감자들, 그리고 강제노역 희생자들로 한정됐다. 독일은 “1990년대 이뤄진 배상으로 두 나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완전히 종결됐다”는 입장인 반면 폴란드는 “독일이 지급한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폴란드가 앞으로도 배상 요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배어복 장관은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 정부를 향해 “오늘 우리 두 이웃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같은 외부의 위협에 맞서 유럽을 하나로 묶을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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