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풍미의 '프랑스 버터', 한국 식재료와 궁합은?
프랑스 천연 버터, 기후와 위생절차도 주목
[더팩트ㅣ송파구=이선영 기자] "참깨·망고 파리 브레스트는 프랑스 현지에서 아무도 사 먹지 않을 것 같아요. 이름과 맛이 생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번 맛을 보면 맛있어서 찾게 될 겁니다."
시그니엘 서울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인 제레미 키틀(Jeremy Kittel)은 5일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버터의 천상의 맛, 동양의 풍미를 만나다' 행사에서 시연 메뉴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 끄니엘(CNIEL)이 주관하고 유럽연합(EU)가 지원하는 프랑스 버터 홍보 캠페인 '버터 오브 유럽'의 일환으로, 국내 식품 관련 기자들과 푸드 칼럼리스트, 베이킹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해 유럽의 '애프터눈 티' 문화에서 '동양의 맛'과 '프랑스 버터'의 조화를 경험했다.
제레미 키틀은 프랑스 버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메뉴를 직접 시연했다. '파리 브레스트', '쇼콜라 디아망', '피낭시에' 등을 동양의 재료인 참깨, 감귤, 우롱차 등과 함께 만든 메뉴이다. 완성된 베이커리류는 △참깨·망고 파리 브레스트 △녹차·피칸 피낭시에 △제주 귤 마들렌 △우롱 타르트 △홍차 다이아몬드 사블레로, 한 접시에 올려 제공됐다. 프랑스 버터 특유의 향과 풍미로 만든 디저트는 참깨와 감귤, 우롱차 등과 잘 어울려 현장 기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제레미 키틀 셰프가 추천 프랑스 버터로 'AOP 인증 버터'를 언급했다. 이는 지역 재료, 전통적 제조 방법과 정확한 사양들을 사용해 생산됐음을 보증하는 유럽 라벨로, 유럽에는 7개의 AOP 인증 버터(벨기에 1개, 룩셈부르크 1개, 스페인 2개, 프랑스 3개)가 있다. 프랑스의 AOP 인증 버터는 △샤랑뜨 푸아투 버터 △이즈니 버터 △브레스 버터다.
프랑스는 온화한 기후와 넓은 초원, 적절한 강우량으로 낙농산업이 발달돼있으며, 지난 1988년부터 버터에 대한 정의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이를 준수하는 제품에만 버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 버터는 최소 82% 이상의 유지방이 포함되어야 하고, 가염 버터용 소금 외에는 방부제를 첨가할 수 없으며, 크림에 생균을 넣어 특유의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동물 복지에 따라 소들은 초원에서 1년 6개월 이상을 보내야 하고, 사료의 90% 이상은 농장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곡물이어야 한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프랑스 버터의 장점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해 10월 '쌀 발효당'과 프랑스산 버터를 활용한 '소금 버터롤'을 출시했으며 지난 8월 기준 최근 3개월간 월평균 27만 개 이상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롯데푸드는 지난 4월 프랑스산 프리미엄 버터인 '플로리 프렌치 고메 버터'를 자사 공식 온라인몰인 롯데푸드몰에 론칭했다. 삼양사의 식자재 전문브랜드 서브큐도 지난 2월 'AOP 샤랑트푸아투 버터'를 사용한 프리미엄 크로와상 냉동생지 신제품을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버터 외에도 우유와 치즈 등 외국산 유제품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26년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앞두고 유제품 시장에서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제품 총수입량은 20만1734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18만7471톤보다 7.6%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량은 전년보다 10.7% 증가한 총 38만2231톤이며, 제품별로는 우유의 부산물인 유장과 버터의 상반기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9%, 42.2% 늘었다.
이날 제레미 키틀은 "프랑스 버터는 프랑스가 가진 온화한 기후와 넓은 초원으로 고품질 버터가 생산되기에 다른 버터와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버터는 베이커리와 페이스트리에 부드러운 맛과 향을 담아 주기 때문에 필수적인 재료"라며 "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섬세한 표현을 낼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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