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제 특허소송 5년간 최소 1168건 발생에도..국내 자체집계 체제는 부재

박윤균 2022. 10. 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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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에 제소건수는 116건, 피소건수는 414건
국내 소부장 기업 진입 막는 수단으로 악용
국가별 특허소송 제소-피소 현황. [자료 제공 = 양향자 의원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특허권을 둘러싼 소송이 연간 최소 수백건 진행되고 있지만 특허청은 자체적으로 소송현황을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특허청과 지식재산보호원이 소송 전문 해외 유료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우리 기업과 해외기업 간 특허소송이 사건 수 기준으로 1168건 발생했다. 미국기업과 총 530건, 중국기업과 590건, 유럽 44건, 일본 4건 등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식재산권 침해소송 관련 정보 공개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있어 실제 소송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제소를 한 건수는 116건에 그쳤으나 반대로 피소 건수는 414건에 달했다. 미국 기업이 제기한 특허소송은 우리나라가 특장점을 보유한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돼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엔 제소 건수가 580건으로 피소 건수(10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 설명에 따르면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시장진입을 초기에 막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 결과를 떠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단 사실만으로도 치명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소부장 기업과 거래하는 대기업이 특허분쟁에 따른 손해발생 가능성과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거래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하지만 특허청 등 정부 차원에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특허소송 현황을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양향자 의원실에 '기업 기밀유출 우려'란 이유를 들면서 현황을 집계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특허청이 자체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지 않고 있단 사실은 지적받아 마땅하단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형사사법체제의 '범죄인 인도조약'과 같이 국가간 특허담당 부처 사이의 협약도 없는 것으로 파악돼 더욱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보호체계가 허술하단 평가가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내 기업의 피해는 더욱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의 수출제재 정책 이후 국내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실질화됐지만, 후발주자인 해당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기업은 주로 원천특허를 보유했지만 국내 소부장 기업은 개량특허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기업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없었으나 반대 사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4건에 달했다.

한편 특허청도 국내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의 이용률이 미미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허청 내 해외지식재산센터에서 지식재산권 분쟁대응 법률서비스를 최근 5년간 이용한 중소·중견기업은 116곳에 불과했다.

양향자 의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 특허 소송에 대응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특허청은 소송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허청의 지재권 분쟁대응 법률 서비스를 이용한 중소기업수는 연평균 20여개에 불과해, 특허청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해외의 소송 전문 유료 DB 등을 통해 국내외 특허소송 현황을 매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게다가 지재권 분쟁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사항 상담, 지재권 출원지원, 법률자문, 분쟁대응 법률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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