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심층취재 12편, 13편] 취약계층 몰린 폐교대학.."안전망이 필요해요"

이상미 기자, 진태희 기자 2022. 10. 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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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부실대학 연속보도, 오늘은 학교가 사라진 뒤 갈 곳을 잃은 구성원들의 눈높이에서 어떤 안전망이 필요한지를 짚어봅니다.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거나 닫을 위기에 처한 대학들은 주로 비수도권 외곽에 있습니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만학도 같은 취약계층 학생 비중도 높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실대 퇴출 방식은 학생들이 최전선에서 피해를 감당하는 구조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진태희, 이상미 기자가 함께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서해대학은 폐교 당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187명 가운데 8.3%가 기초 생활 수급자였습니다.

소득 3분위 이하 저소득층 비율을 모두 따지면 42.7%에 달했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지역거점국립대 평균보다도 2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동부산대와 대구미래대는 폐교 직전 장애 학생 비율이 각각 3.2%, 24.8%로 전국 평균인 0.4%에 비해 8배에서 62배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 강민정 국회의원 / 더불어민주당

"사회적 취약계층의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고통과 어떻게 보면 같은 문제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걸 우선적이고 1차적으로 해결을 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이른바 부실대학의 사회경제적 입지를 고려할 때 취약계층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퇴출 과정에서 학생들을 위한 안전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재정지원을 끊어서 학교를 간접적으로 옥죄는 방식인데, 여기엔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도 포함됩니다.

학생들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인터뷰: 이상옥 / 전 한중대 재학생

"입학한 학생만이라도 졸업할 때까지 보장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건 책임져야 하지 않나. 그냥 중간에 도태돼서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EBS는 한국교수발전연구원에 의뢰해, 폐교대학 출신 교수들을 대상으로 현행 대학 구조개혁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64.9%가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54.5%가 특별편입학 제도 의무화를, 37.7%는 마지막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폐교를 유예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3.9%는 재정지원과 지속적 사후관리를 촉구했는데, 취약계층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담임제나 학점인정, 진로 지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편입학에 따르는 재정부담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교수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46.8%가 체불임금 변제를, 29.9%는 지속적인 강의와 연구 기회 제공을 꼽았습니다.

인터뷰: 이재웅 부원장 / 한국교수발전연구원 (대구미래대)

"직장 없이 거리에 내몰린 교직원들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다음에 앞으로 될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또 그 사람에 대해 법적인 지위는 어떻게 부여해 줄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잘못이나 국가 정책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는 일만큼은 없도록 체계적인 안전망과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일치된 목소립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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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대학 부실화의 위기를 겪었던 해외 국가는 어떤 처방을 갖고 있을까.

7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전문대학이 학자금 융자를 악용하다가 적발됐습니다.

어느 나라보다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국가인 미국이지만, 교육부는 3천만 달러, 우리 돈 425억 7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해당 대학을 매각했습니다. 

대신, 학생들에겐 학자금 융자를 면제해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인터뷰: 정원창 선임연구원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학생과 교직원 보호를 위한 그런 조치들을 할 수 있게끔 최대한 그 측면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학교가 없어지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게 교직원과 학생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경영부실대학을 정부 차원에서 엄정하게 관리합니다.

학생 수 같은 지엽적 지표 대신 재무구조 전반을 따져 부실 징후를 예측하는 점이 비슷합니다. 

퇴출보다 회생을 목표로 지원하지만, 폐교가 결정된다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부실대 퇴출 10년의 역사에도 우리가 아직 갖추지 못한 환경입니다. 

인터뷰: 김대희 재학생 / 경주대 특수체육교육학과 

"편입학을 하고 편입을 시킨 학생들이 적응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복지라든지 그런 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면…."

인터뷰: 배상훈 교수 / 성균관대 교육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옮겨간다는 게 상당히 쉽지가 않아요. 학습뿐만 아니라 학교 적응도 어려워서 그런 학생들은 조금 더 대학이 또는 정부가 잘 관리해 주고 지원해 줄 필요가 있겠죠."

국회에선 최근 관련법이 발의됐고, 정부도 한계대학 발굴 지표 개발에 나서는 등, 체계적 구조개혁을 위한 준비는 다시 첫발을 뗐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춰 구조개혁 체계를 서둘러 정리하는 한편,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EBS 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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