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재난 만큼 무서운 가족 갈등
사비나 미술관 회화 68점 펼쳐
20년간 부분과 전체 관계성 탐구
아름다운 풍경과 재난의 엇갈림
세대갈등 표현으로 새로운 시도
작가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도사진을 소재로 애용해 왔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늘자 그토록 거부해왔던 개인의 서사를 화폭에 담았다. 충돌하는 세상의 재난처럼 세대 갈등에 평생 시달려온 본인만의 '살풀이'를 펼친 것이다.
작가는 중심과 주변의 고정된 역학 관계를 전복시킬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독창적 미학 개념인 '사이드 스케이프'에 천착해 왔다. 지난 20년간 이분법적 대립 논리, 양자택일적 사고, 위계와 차별의 경계를 해체하고 중심이 아닌 주변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새롭게 인식하려는 시도다.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한 단역에 불과한 존재를 선택해 주역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3층에서는 가족 간 갈등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탐색한 연작들은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전문가 수준으로 서예를 익혔던 부친의 글씨 연습장을 신혼 때 어머니 사진과 겹쳐 그리거나 작가와 할머니를 소나무와 겹친 표현은 흥미롭다.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이미지 위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청년 또는 중년이 된 자신의 이미지를 덧그린 뒤 떼어내는 이중, 삼중 작업을 통해 부모 세대와 자신 간 접점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화면에 흑백과 컬러가 섞이고, 기억의 '흉터'처럼 낯선 이미지가 드러난다. 4층은 서서히 사라지는 작은 얼음조각 등 '빙산' 연작을 펼쳤다. 한순간 존재하다 쉽게 사라지는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과 무력한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생성과 소멸의 회화적 표현이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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