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랙 쿨리뷰] 슬기, 기꺼이 홀릴 매혹의 '28 Reasons'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2. 10. 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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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슬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 슬기가 지난 4일 첫 솔로 미니앨범 '28 Reasons(투애니에잇 리즌스)'를 발매했다. 1번 트랙 '28 Reasons'부터 끝곡 'Crown(크라운)'까지 총 6곡이 수록됐고, 타이틀곡은 1번 트랙이다. 레드벨벳으로 데뷔한 후 8년 만에 내놓는 첫 솔로 앨범이자, 20대의 끝자락에 꺼내든 노래들이다. 슬기는 '28 Reasons'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보여준 것과 다른 강렬하고 과감한 모습'이라고.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 슬기의 음악은 딥하고 열정적이다. 음을 타고 흐르는 슬기의 목소리는 눅진하고, 마중하는 청자의 귓가는 금세 뜨거워진다.

슬기는 올라운더라 불릴 만큼 실력의 출중함을 갖춘 아티스트다. 춤은 댄서를 능가하고 노래마다 느낌을 살려 목소리를 내고 쓰는 가창은 탁월하다. 연습생 기간만 무려 7년이었다던 슬기는 8년이라는 그룹 활동까지 더해 준비 그 이상의 결집으로 이번 솔로 앨범을 내놓았다. 이 앨범을 내기 전에는 레드벨벳-아이린&슬기, 갓 더 비트(GOT the beat)를 비롯한 유닛 및 컬래버레이션, OST 등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마냥 단편적인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포지션에서 자신을 갈고 닦았고, 그것의 노력으로 완성된 것이 '28 Reasons'다. 

20대의 마지막에 꺼내든 '28 Reasons'는 슬기라는 아티스트의 전시에 가까운 앨범이다. 목소리, 퍼포먼스, 눈빛, 바이브 등 자신의 온갖 면면들을 녹여내 채운, "'올라운더'라는 수식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집념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솔로를 고대해온 청자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앨범임과 동시에, 스스로의 성취까지 결합돼 도취적이다. 

슬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번 트랙이자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28 Reasons'는 강렬하고 과감하다 할 만하다. 멜로디를 거둬내고 나지막이 슬기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도입은 후렴구에 이르러 화려한 멜로디를 겹겹이 얹어내고, 이에 따라 슬기의 목소리도 높은 파도에서 헤엄치듯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SM 특유의 변주가 절제된 곡으로, 대중성 짙은 음울한 기저의 감상이 팜므파탈의 잔상으로 이어져 매혹적이다. 이와 동시에 퍼포먼스도 마녀라는 콘셉트를 따와 몸선을 강조한 우아함과 절제된 강렬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마블 영화 '완다비전'의 완다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는 손동작을 활용한 화려한 구성이 많다. 

노래 속 화자는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순수한 관심과 짓궂은 장난기를 모두 가진 선과 악이 공존한다. 관계를 둘러싼 이유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고 '나쁜 의도 없'지만 '망가질수록 나를 원'하게 되는 핍박적인 관계성을 강조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띤다. 마냥 직접적이지도, 그렇다고 피상적이지도 않게 마녀 콘셉트의 매력적인 요소를 잘 구현해냈다. 뮤직비디오는 꿈속의 자아 갈등을 감각적이고 시네마틱하게 구현했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속박과 자유의 두 공간을 오가며 슬기의 상반된 이중성을 보여준다. 마치 1인 2역처럼 놓인 공간에 따라 다른 자아를 보여주며 선과 악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의상도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상징성을 띠는 컬러만을 차용해 세계관의 결속을 잘 나타낸다.  

타이틀곡 외에도 슬기가 처음으로 작사한 'Dead Man Runnin(대드 맨 러닝)'은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존재를 향한 경고와 상처로 인한 공허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생생히 전달한다. 따르는 음율은 타이틀곡과 마찬가지로 다크하면서도 강렬하다. 래퍼 비오와 호흡을 맞춘 'Bad Boy, Sad Girl(배드 보이, 새드 걸)'은 슬기의 나른한 보컬과 비오의 감성적인 래핑이 인상적인데, '28 Reasons'에서 가장 밝은 곡이라 할 수 있다. 'Anywhere But Home(애니웨어 벗 홈)', 'Los Angeles(로스앤젤레스)', 'Crown(크라운)' 등 마지막 트랙까지 밑바닥에 놓인 감정들로 딥한 음율들을 운반해낸다. 이렇게 결속력 강한 곡들로 완성된 '28 Reasons'는 슬기의 음악성에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올라운더'를 향한 그의 바람이 단순한 집념이 아닌 실현으로 이어졌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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