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루아 특성을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내는 비에띠..몬빌리에로는 바롤로 상식까지 바꿔놓는다
[파이낸셜뉴스] "진한 트러플 향기 속에서 여기 저기 살포시 피어나는 장미꽃…."
비에띠(Vietti)는 확실히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의 터줏대감이다. 대표 품종인 네비올로(Nebbiolo)를 정말 섬세하게 잘 다룬다. 특히 떼루아 특성을 남김없이 가느다란 실처럼 가닥가닥 뽑아내는 신묘한 터치는 비에띠가 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손꼽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비에띠가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장충동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다이닝서울에서 비에띠의 새로운 와인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Barolo Cru Cerequio)'와 '바롤로 크뤼 몬빌리에로(Barolo Cru Monvigliero)' 첫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두 와인은 2016년 미국계 자본인 크라우스 홀딩스(Krause Holdings)와 합병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체레퀴오 밭(0.8ha)과 베르두노(Verduno)의 특급 밭인 몬빌리에로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2018년이 첫 빈티지다.
이날 행사에는 두 와인 외에도 레드 와인 '바르바레스코 크뤼 론칼리에 마세리아 2018(Barbaresco Cru Roncaglie Masseria 2018)', '바르베라 다스티 라 크레나 2019(Barbera d'Asti La Crena 2019)'와 화이트 와인 '로에로 아르네이스 2020(Roero Arneis 2020)', 티모라쏘 데르토나 2020(Timorasso Derthona 2020), 모스카토 다스티 2021(Moscato d'Asti 2021)이 같이 나왔다.
비에띠의 커머셜 디렉터 우르스 베터(Urs Vetter)는 "비에띠는 34개 빈야드를 가지고 있는데 모든 빈야드가 부르고뉴로 치면 그랑크뤼 또는 프리미에 크리 수준의 밭들이다"라며 "그 중 체레퀴오와 몬빌리에로의 밭은 최상급 그랑크뤼 밭이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로 고품질의 와인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층층의 떼루아를 그대로 뽑아올린 섬세한 맛
이 날의 주인공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 2018'은 잔에 서빙될때부터 피에몬테의 향기를 풍긴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피에몬테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트러플 산지다. 와인 잔에 담긴 크뤼 체레퀴오는 아주 옅은 루비빛으로 위에서 내려다봐도 스템이 훤히 다 보일 정도다. 잔을 가까이 하면 트러플 향이 훨씬 강해진다. 스월링을 하면 순간순간 장미 향이 올라온다. 그것도 아주 바짝 말린 장미꽃 다발에서 나는 향이다. 감칠맛 나는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묘한 향기도 있다.
잔을 기울여보면 입속에선 금새 제 본성을 드러낸다. 피노 누아(Pinot Noir)처럼 보이지만 묵직하게 툭 떨어지는 질감이 천상 바롤로다. 미디엄 플러스 또는 풀바디 수준이다. 아로마는 그냥 온통 붉은색 계열이다. 타닌은 굉장히 보드랍게 혀에 내려 앉는데 제법 두껍다. 산도는 의외로 높지 않지만 피니시는 아주 길게 가져간다. 적어도 두세숨 이상 가는데 마지막 남는 향은 잔잔하게 깔리는 초콜릿, 커피 향이다.
■바롤로가 거칠고 무겁다고? 상식이 무너진다
비에띠의 최상급 라인 바롤로 크뤼 몬빌리에로 2018가 나왔다. 바롤로 와인임에도 전형적인 바롤로 색이 아닌 퍼플 색에 더 가깝다. 잔속에서 피어나는 향은 풍성한 레드 계열 아로마와 아주 높은 산도가 기반이 된 향이다. 트러플 향은 당연히 강하게 깔려있다.
입속에 넣어보면 질감은 역시 미디엄 플러스 또는 풀바디 수준으로 두껍다. 근데 아로마가 바롤로 크뤼 체레퀴오와 다르다. 레드 계열은 같지만 살집이 훨씬 좋다. 과실 향도 더 신선하고 우아하며 산도는 훨씬 높아졌다. 장미향도 말린 장미 향이 아니라 생화를 가득 묶어놓은 꽃다발이다. 타닌은 의외로 있는듯 없는듯 스쳐간다. 그런데 와인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타닌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길게 남아있다. 피니시도 가장 길게 가져가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향은 트러플 향과 감칠맛 나는 독특한 향이다.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는 최상급 바롤로다.
몬빌리에로가 다른 바롤로와 색도 맛도 다른 이유가 있다. 손 수확한 포도를 줄기까지 같이 넣고 발효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비에띠 와이너리 현지 관계자는 "몬빌리에로 밭은 정말 기후와 토양이 정말 독특한 곳으로 이 곳의 포도나무는 수확기에 포도 줄기까지 완전히 익는 특이한 곳"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곳의 포도와 달리 초록의 타닌이 우러나오지 않는 우아한 와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포도는 익을수록 타닌이 줄어들게 되는데 몬빌리에로 밭의 포도는 줄기까지 완전히 익기 때문에 타닌이 부드럽고 적다는 것이다. 타닌이 있는듯 없는듯 스쳐가지만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두 와인에 앞서 바르바레스코 크뤼 론칼리에 마세리아도 맛을 봤다.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와 같은 네비올로 품종을 사용하는 와인으로 외양은 바롤로 와인과 구분이 안간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도 트러플 향에 햇살에 잘 말린 장미향이 섞여있다. 그런데 트러플 향은 세 와인 중에 가장 강력하다. 질감은 미디엄 수준으로 가볍다. 산도는 처음부터 치고 들어오는데 계속 높아진다. 타닌은 아주 얇으며 조밀하다. 피니시도 길게 가는 좋은 와인으로 장미향이 은은하게 마지막에 남는다.
■아르네이스의 아버지가 만드는 로에로 아르네이스 매력적
비에띠는 화이트 와인도 잘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게 로에로 아르네이스다. 아르네이스(Arneis)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연녹색의 맑은 와인이다. 비에띠는 1967년 멸종될뻔한 아르네이스 품종을 찾아 다시 살려냈다. 비에띠 덕분에 아르네이스 포도 품종은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흰색 계열의 꽃향과 배, 멜론 등의 향도 있다.전체적으로 차가운 계열의 느낌이다. 비에띠 밭의 가장 북쪽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알프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의 영향이 그대로 담겼다.
입에 넣어보면 짭쪼름한 미네랄 향이 제일 먼저 반긴다. 열대 과실향도 약간 있는데 대체로 절제된 우아한 느낌이다. 약간 소비뇽 블랑 와인을 닮아있기도 하다. 미디엄 바디이지만 산도가 굉장히 좋아 크리스피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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