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못마땅한 문체부 장관 "정치 오염 공모전" [2022 국정감사]

곽우신 입력 2022. 10. 5. 12:06 수정 2022. 10. 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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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문체위] 다시 소환된 SNL, 윤석열 "정치풍자=권리" .. 박보균 "블랙리스트와 달라"

[곽우신 기자]

▲ SNL에 출연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2의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했다. 기자 역할의 배우 주현영이 'SNL이 정치 풍자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건가?'라고 질문하자, 윤석열 당시 후보는 정치 풍자가 SNL의 권리라고 답했다.
ⓒ 쿠팡 플레이
[기사 수정 : 5일 오후 2시 13분]

"그렇다면 후보님이 만약에 대통령이 되신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건가요?"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SNL의 권리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출연했던 코미디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의 한 장면이 다시 재생됐다. 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현영의 질문에,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정치풍자'가 해당 프로그램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 고등학생의 윤석열 대통령 풍자 작품을 두고 '엄중 경고'에 나서자, 야당에서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아온 중고생 만화 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진흥원"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보균 "'정치적 색채 빼겠다'는 조항 삭제한 공모전이 문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넥타이를 고쳐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앞서 한국만화박물관에는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됐다. 그런데 해당 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가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검사들이 등장하는 풍자 그림이 전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것.

그러자 문체부는 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나섰다(관련 기사: '윤석열차' 풍자그림에 문체부 "엄중 경고"... 장혜영 "역풍 맞을 것").

이어 같은 날 늦은 오후에는 추가 보도자료를 내고 "문체부는 만화영상진흥원이 문체부의 승인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다"라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이라는 "결격사항"이 "실제 공모요강에서는 누락되었고, 심사위원에게 결격사항이 미공지되었음을 확인했다"라고 지적했다. 후원 명칭 취소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속히 관련 조치를 엄정히 이행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자 5일 오전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 첫 질의자로 나선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등학생의 현실 풍자 그림 한 장에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 담겨 있다"라며 "정부가 후원하는 행사에 출품한 작품들이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것이 문체부 공식 입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박보균 장관은 "저희 문체부는 저 작품에 대해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작품 심사선정 기준에서 처음에 저희에게 제시한 약속과 달리,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색채를 빼겠다' 조항을 삭제를 하고 공모를 했기에 문제를 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윤석열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 그런 걸 최대한 보장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작품 속 풍자, 문체부 대응으로 완성"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교부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그러자 이 의원은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겠다라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건가?"라며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그리고 이후 제정된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취지를 언급했다. 이어 "만화영상진흥원을 (문체부가) 겁박하고 나선 것"이라며 "장관은 혹시 이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실이나 다른 모처에 전화 받은 적 있느냐?"라고 '윗선'의 의혹을 제기했다.

박 장관은 대통령실 등과의 교감은 "없다"라며 이번 조치가 '독자적인 판단'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것(윤석열차 그림)과 그것(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은 비교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병훈 의원은 박보균 장관의 취임사 중 "자유는 예술적 진취와 도전 정신을 주입한다. 자유 정신은 문화예술의 빼어난 독창성과 대담한 파격, 미적 감수성과 재능을 선사한다"라는 대목을 인용하며, "장관이 말씀하시는 예술적 진취와 도전 정신은 이번에 나온 이 대통령 풍자한 학생 작품과는 적용되지 않는 건가?"라고 재차 꼬집었다.

박 장관은 "저희들이 문제 삼는 건 작품이 아니다"라고 재차 항변하면서도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아왔고, 그런 중고생 만화공모전이 왜 어떻게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SNL 영상을 재생한 건 이 시점이었다. 그는 "이 사건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 있는 문제에다가, 대통령 뜻과도 배치된다"라며 "장관 사고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 속 풍자는 문체부의 엄중하고도 신속 단호한 대응, 이것으로 인해 완성된 게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또한 장관에게 "잘 생각하시라, 앞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이 비슷한 취지의 질의를 이어가며 문체부를 질타했으나, 박보균 장관은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민주당 "대통령 심기 보좌를 위해 검열하겠다는 건가?"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소통관에서 마이크를 잡은 임오경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한 고등학생의 만화 공모전 수상을 '엄중 경고'하며 겁박하고 있다"라며 "학생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풍자화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대통령 심기 보좌를 위해 검열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문체부 공무원들의 직권남용이자 예술인인 심사위원들을 겁박하는 처사"라며 "전 정부 탄압, 언론 탄압도 부족해 문화 탄압까지 나서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겁박했던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체부는 상처를 받았을 수상 학생과 가족,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사과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다시는 억압하지 마시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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