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르 레비트 "인생의 절반, 베토벤에 몰두..삶과 깊이 연결"
기사내용 요약
5년만 내한…11월 첫 솔로 리사이틀
'템페스트' 등 베토벤 소나타 연주
"저만의 베토벤 완성 향해 가는 중"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인생의 절반을 베토벤에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국 관객들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 만나는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5)는 자신의 음악세계에서 베토벤이 차지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한국 첫 솔로 리사이틀을 여는 그는 최근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한 인터뷰에서 "베토벤은 저의 예술적 존재와 이고르 레비트라는 한 사람의 삶에 깊이 연결돼 있다"며 "제게는 베토벤 음악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협연자로 한국 무대에 처음 데뷔한 후 5년 만의 내한이다. 11월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후 다음날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찾는다. 당초 지난 2020년 아시아 투어를 예정했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로 미뤄졌다. "드디어 다시 한국에 가게 됐다. 2017년 제가 본 한국 관객들은 정말 열정적이었고, 대단했다. 이번 공연도 아주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8번 '비창', 25번 그리고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그는 2019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했고, 이듬해 도이치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과 오푸스 클래식상을 받았다. 특히 2020년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등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사이클 연주를 연달아 선보였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은 특히나 제게 있어 연주할 때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라며 "관객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곡들"이라고 말했다.
"음반을 생각해보면 제 첫 베토벤 음반이 거의 10년 전에 발매됐고, 불과 3년 전에 전곡 사이클 음반이 발매됐어요. 그때의 저는 저만의 베토벤의 완성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었고, 지금도 아직 가고 있어요."
뉴욕타임스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은 피아니스트다. 유대인 집안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8살 때 독일로 이주했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음악원과 하노버 음대에서 공부했다. 2005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로 2위와 청중상 등 4개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시기엔 개인 SNS를 통해 53회의 트위터 스트리밍 하우스 콘서트를 하며 음악으로 위로를 전했다.
그는 음악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정치 토론에 패널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입장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 나선다. 2017년 BBC 프롬스 무대에선 앙코르 곡으로 유럽연합 국가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까닭으론 "'책임감'만이 유일한 이유"라고 답했다. "이 세상을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제가 속한 사회를 위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아주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희생자들을 지원하고 또 돌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죠."
그는 2022-23 시즌엔 베를린, 함부르크, 런던, 마드리드, 뉴욕, 파리 등에서 브람스, 허쉬, 리스트, 바그너 작품을 주제로 한 새로운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내년 5월엔 루체른 페스티벌과 함께 새로운 피아노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최근엔 프란츠 벨저 뫼스트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그의 첫 협연 음반 '트리스탄'을 냈다. "새 앨범을 낸 지 얼마 안 됐어요. 한동안 숨을 고르고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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