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의 시론>'공영 탈' 방송사와 선동의 악순환

기자 2022. 10.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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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광우병 파동 시작은 가짜 영상

尹대통령 발언 식별 불가에도

바이든 美대통령 조롱 탈바꿈

MBC 반복된 대중 조작 관성

노조 장악 지배구조에도 원인

주식 매각으로 개혁 유도해야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미국산 쇠고기를 사랑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애정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미국산의 최대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한때 한국민에게 저주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광우병 공포 때문이었다. 2008년 MBC TV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PD수첩을 방영한 후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 규모의 촛불시위가 터졌고, 정권은 위기로 내몰려야 했다. 당시 쏟아졌던 가짜 뉴스와 괴담, 선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광우병 보도는 처음부터 조작된 것이었다.

그럼 MBC는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졌을까. 아니다. 3년이 지난 후 공식 사과문 한 장으로 입을 씻었을 뿐이다. 더 이상의 책임 규명도 없었다. 이로써 우리가 사는 곳은 누구는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수갑을 차야 하고, 누구는 세상을 대혼란에 빠뜨려도 당당히 얼굴을 쳐들고 사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그 PD수첩 제작자는 어느 당파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영전했다. 도대체 이 땅에 정의란 무엇인가.

이번에도 다시 MBC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펀드 공약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자리에서 “국회에서… 하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참모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워낙 잡음이 많아 누가 들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단지 전체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서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한 답변뿐이다. 그러니 전후를 따져보면 이 대화는 우리 국회가 주어일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이 아무리 슈퍼맨이라 해도 미 의회를 잘 설득해 예산을 따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유능한 관료라면 애초 외교참사라는 이유로 사퇴를 권고 당할 리도 없다. 그런데도 MBC는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보도해 버렸다. 이마저 시청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발언 앞에 “(미국)”까지 끼워 넣었다. 미국 의회 ××들이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윤 대통령이 씹은 것으로 만든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미국을 연상하며 들어봐도 녹음 상태는 파악 불가다. 음성학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내의 비민주노총 계열인 제3노조는 (미국)이 삽입된 데 대해 “모든 리포트는 데스크의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정치팀장이 해당 기사와 자막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방송을 승인했다고 봐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은 국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MBC가 왜 이렇게 됐는지, 자정 능력은 남아 있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보도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선동이 목적을 이루려면 대중 동원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니 들리지 않으면 그들에게 들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소리를 따라 듣지 않고 자막을 따라 듣는다. 자막은 매우 선명한 사전 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 변조에 유혹의 손길이 뻗치게 된다.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되면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성 교수는 말한다.

MBC는 오래전부터 언론의 자유와 그 기능을 특정 사회적 목적에 봉사해 왔다. 조직 자체가 그렇게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답지 않게 공영의 탈을 쓴 방송사가 너무나 많고 MBC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영은 무주공산의 다른 이름이다. 어떤 조직이든 주인이 없는 곳은 노조가 실권을 장악하게 마련이다. 결국, 지금 같은 보도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불행히도 이는 특정 정치 선동이 지배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제3노조 역시 “이런 공영방송사가 과연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좌우를 불문하고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러나 정부 주식 매각 수순을 밟으면 더 이상 언론 자유를 빙자한 선전선동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 왜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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