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익과 민생은 뒷전인 국감

민병기 기자 2022. 10.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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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권교체 후 첫 국감이라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매섭게 지적할 수 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제기할 수 있는 국감이었지만, 역시나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예측이 더 적중했다.

지난 정권 때부터 당심과 민심이 다를 때마다 당심을 택했던 민주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맞서는 민주당의 행태 역시 지지층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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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4일 시작된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입법부 본연의 권한이자 의무를 이행하고 민생을 보듬기보다는 정쟁의 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적중률 낮은 총알을 마구 날려대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무딘 칼을 마구 들이댔다. 첫날 국감만 봐도 3주간 국감에 대한 기대감이 차게 식었다. 정권교체 후 첫 국감이라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매섭게 지적할 수 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제기할 수 있는 국감이었지만, 역시나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예측이 더 적중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언론과 당원들이 더 선명하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때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6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심의할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는 국민의힘에서는 추가 징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첫 징계 후 비판 여론에 화들짝 놀라 미리 정지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한 비상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이준석과 같이 갈 수 없다는 게 당원들의 뜻”이라고 했고,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원들 조사하면 이준석 쳐내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처음에 그나마 우호적인 지지층도 지금은 다 등을 돌렸다. 이준석은 물론 이준석 편도 당내 자리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같이 ‘당원의 뜻’을 강조하고 지지층의 의사를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지난 정권 때부터 당심과 민심이 다를 때마다 당심을 택했던 민주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툭하면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내세운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맞서는 민주당의 행태 역시 지지층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겸직하겠다며 당원과 지지자들도 압도적으로 직을 유지하는 데 찬성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소위 개혁 성향 의원들은 죄다 SNS만 쳐다보고 SNS로만 소통하며 SNS에서(만) 칭찬받을 행동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문빠’ 눈치를 보더니 이제는 ‘개딸’을 겁낸다.

건전하게 싸우고 경쟁하라는 장에서는 치고받고, 자기들끼리 모여 민심에 눈치 보이는 짓을 할 때는 ‘이게 당원, 지지층의 뜻’이라며 애써 여론에 눈감는다. 지지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성 지지자들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것 역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선 지지자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의 뜻과 정반대로 움직일 ‘용기’도 있어야 하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 프랜시스 매컬 로젠블루스와 이언 샤피로는 저서 ‘책임정당:민주주의로부터 민주주의 구하기’에서 “소규모 유권자 집단의 비위만 맞추는 일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협소한 유권자층에 빚진 정치인은 대다수 유권자에게 이로운 정책과 상충하는 근시안적 의제의 포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민심은 민생 챙기기였고, 그 첫 전장(戰場)은 2주 남짓 남은 국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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