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헌법과 법치에 '무례한' 文 감사 거부

기자 2022. 10.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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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저택을 압수수색해 100여 건의 기밀문서와 1만1000개의 일반 문서를 확보했다.

법원이 공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간첩법 위반 등 총 3가지 범죄 혐의가 적시됐다.

2021년 3월 파리지방법원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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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지난 8월 8일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저택을 압수수색해 100여 건의 기밀문서와 1만1000개의 일반 문서를 확보했다. 법원이 공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간첩법 위반 등 총 3가지 범죄 혐의가 적시됐다. 압수수색 이틀 후에는 이와 별건으로,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가치를 축소했다가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2021년 3월 파리지방법원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2014년 자신이 연루된 정치자금 의혹 수사 정보를 제공 받는 대가로 당시 대법원 판사를 매수한 혐의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도 1977∼1995년 파리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속 정당 간부 28명을 파리시청 직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해 급여를 유용한 혐의로 2011년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1995년부터 12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누리던 면책특권이 2007년 5월 퇴임과 함께 박탈되자 그해 12월 파리지방법원 수사판사의 심문을 받고 재판에 회부돼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법치주의는 통치자가 아닌 법이 주권자이며 통치자가 누구든 법이 그의 행동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를 따지지 않고 법치주의를 말할 수 없다.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법이 적용돼야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고, 코먼로가 치우치지 않았으므로 ‘공통(common)’의 법이라고 불렸다는 깊은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9년 실시한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 법치주의 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1점이었다. ‘법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 1위가 ‘사회 지도층의 법 준수 미흡’(47.6%)으로 나타나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최대의 도전 과제임이 확인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계획에 대해 당사자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봉건 왕조시대 군주나 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다.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촉구하는 것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 측이 ‘전직 대통령 죽이기’ 권한남용으로 FBI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소속 공화당 내부가 냉정을 잃지 않는 미국과 대비되는 후진적 정치 행태일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퇴임한 대통령이 적법하고 정당한 수사기관의 수사나 감사원의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자 법칙이다. 판단과 책임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 시스템의 부패를 막는다. ‘예의’를 말하려면 ‘국민과 헌법’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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