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여사와 여사님

2022. 10. 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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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사님 이야기'를 하면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다.

뉴스나 신문을 보다 보면 여사라는 말이 붙는 경우는 매우 한정적인 것 같다.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른다는 예로는 연로하신 할머니의 생신잔치에서 '~여사님'이라고 지칭하거나 호칭하는 경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사가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점에서 '아줌마'나 '아주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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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사님’ 이야기를 하면 민감한 이야기를 꺼낸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습니다. 하도 언론에 여사님들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자칫하면 오해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러기에 한번쯤은 생각하고 이야기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말에서 여사님이라는 단어는 매우 복잡한 단어입니다. 여사에 ‘님’이 붙은 말이 여사님이니 여사님이 높임말이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 여사는 그 자체로도 높임입니다. ‘누구 여사께서’라고 해도 충분한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종종 이렇게 하면 뭔가 부족한 듯하여 ‘누구 여사님께서’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종종 님은 붙지 않아도 좋은 자리에 덧붙여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여사는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뉴스나 신문을 보다보면 여사라는 말이 붙는 경우는 매우 한정적인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정치인의 부인, 그것도 아주 높은 정치인의 부인만을 여사라고 붙이는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붙는 호칭이 아니라 남편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 호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여사님이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습니다만 사용이 점점 제한된다는 의미입니다.

여사(女史)라는 말은 원래는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 또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른다는 예로는 연로하신 할머니의 생신 잔치에서 누구 여사님이라고 지칭하거나 호칭하는 경우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부르는 경우로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 운동가인 김마리아 여사를 들 수 있고, 여성 정치가 박순천 여사도 기억에 납니다.

그런데 최근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놀라운 반전의 대상이 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곳에서 환경미화를 하는 분이나 간병 일을 하는 분 등 사회적 통념상 비교적 낮은 일을 하는 여성분을 ‘여사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높임의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런 느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사가 결혼한 여자를 높이어 부르는 말이라는 점에서 아줌마나 아주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아줌마를 대신하는 호칭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여사님들 어디 갔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사님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따라서 함부로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듣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호칭입니다. 여사님이라는 말의 타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서는 이렇게 높은 사람을 부르던 말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마누라와 영감입니다. 마누라의 어원인 마노라는 원래 상전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인을 상전처럼 생각해서(?) 그리 불렀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마누라라고 하지는 않겠죠. 영감 역시 지체 높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었습니다만, 남편을 부를 때도 사용합니다. 남편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 불렀던 것일까요.

저는 여사님이라는 지칭이 보여주는 문제에서 여러 생각을 합니다. 여사를 단순히 결혼 여자를 높이는 말로 널리 사용하거나 아니면 정말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여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또한 겉으로 높여주는 척하면서 속으로 깔보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사라지기 바랍니다.

문득 친구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 친구 정말 문제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친구냐고 물어보면 그런 놈이 무슨 친구냐고 합니다. 친구도 아닌데 친구라고 하는 거죠. 겉으로는 친근해 보이는 호칭을 쓰지만 마음속에서는 무시가 한가득입니다. 내가 쓰는 호칭을 둘러보면 내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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