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계란을 한 번에 담지 마라

전필수 입력 2022. 10.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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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TV 메인 뉴스에서 증시 폭락이 다뤄지던 지난달 28일, 고향의 노모께서 모처럼 전화를 하셔서 물은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9시 뉴스(요즘은 8시 뉴스)에 증시 폭락 얘기가 나오면 주식을 사고, 주식 호황 얘기가 나오면 팔라는 말이 있는데 시골의 팔순 할머니까지 주식 걱정을 하는 걸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구나 싶었다.

다음 날 한미 증시가 동시 반등하는 걸 보고 '오래된 주식 격언은 틀리는 게 없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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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혹시 주식 투자하고 있나?”

공중파 TV 메인 뉴스에서 증시 폭락이 다뤄지던 지난달 28일, 고향의 노모께서 모처럼 전화를 하셔서 물은 말이다. 금융위기 얘기까지 나오는 자극적인 뉴스에 깜짝 놀라서였을 터다. 우스갯소리로 9시 뉴스(요즘은 8시 뉴스)에 증시 폭락 얘기가 나오면 주식을 사고, 주식 호황 얘기가 나오면 팔라는 말이 있는데 시골의 팔순 할머니까지 주식 걱정을 하는 걸 보니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구나 싶었다.

다음 날 한미 증시가 동시 반등하는 걸 보고 ‘오래된 주식 격언은 틀리는 게 없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하지만 웬걸, 오전에 강했던 지수는 시간이 지나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그다음 날인 9월 마지막 날까지 증시는 힘없이 밀렸다.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는 또 다른 증시 속담이 시황 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했다.

희망보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투자를 하는 지인 중 밝은 얼굴을 한 이를 만나기가 어렵다. 추석 이후로만 40%가량 손실을 봤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회상하는 친구도 있었다. 불과 보름여 사이에 지수가 300포인트나 빠지다 보니 날고 긴다는 선수들도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9월 순매수 상위 10종목 평균 수익률은 -12.37%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0.83%와 -9.24%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급락장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은 ‘도긴개긴’이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정부가 대표적이다. 감세안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자 국채 매입에 나서고, 그도 안 되니 결국 감세안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그 와중에 환율과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쳤다. 민생 안정이라는 모호한 정치적 수사만 쏟아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오히려 나아 보일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는 기회’라며 주식투자를 권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공포스러운 전망이 더 크게 들릴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 때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증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내일, 다음 달, 내년 증시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주식시장에서 여전히 돈을 벌 방법은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한두 종목에 ‘몰방’하지 말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하라고 많이 인용되는 속담이다. 시장이 폭락하는데 분산투자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시장이 폭락하면 분산투자를 해도 손실을 본다. 다 떨어지는데 분산투자라고 별수 있겠나.

정답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매달 나눠서 주식을 산다면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10년, 20년 장기로 보면 주식시장은 결국 올랐다. 최근 1년간 1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몬 코스피도 20년간 수익률은 233%를 넘는다(9월30일 기준). 물론 이렇게 적립식으로 돈을 붓는다고 수익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코스피의 지난 10년 수익률은 7.98%에 불과하다. 연평균 수익률은 1%도 안 된다.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계란을 누가 오래 꾸준히 잘 담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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