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스 미얀마'가 난민이 된 이유는?
[앵커]
미얀마를 대표해 국제 미인대회에 출전했던 대학생이 1년 넘게 해외를 전전하다가 캐나다로 망명했습니다.
군부 독재 정권이 미얀마를 장악한 지 19개월 만에 미얀마를 대표하던 여성이 난민 신세로 전락한 건데요.
미얀마 소식,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미스 미얀마가 결국 캐나다로 가게 됐군요.
[기자]
네, 미얀마 군부 독재의 참상을 전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던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캐나다 망명을 허가받았습니다.
한 레이가 지난달 말 난민 지위를 얻어 캐나다로 가게 됐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미얀마의 대학생이었던 한 레이는 지난해 3월,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두 달 뒤쯤이었습니다.
결선 무대에 오른 한 레이는 "오늘도 미얀마에서 백 명 넘게 사망했다"며, 미얀마를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한 레이/미스 미얀마 :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 연설을 계기로 한 레이는 반역죄로 기소됐고, 군부의 체포를 피하려고 1년 넘게 태국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권에 문제가 생겨 미얀마로 송환될 위기에 처했고,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로 망명하게 된 겁니다.
[앵커]
미얀마에서 군부가 정권을 장학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는데요.
현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무차별적인 폭력과 방화, 살인까지 반인도적인 범죄는 이제 미얀마의 일상이 됐습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책과 책가방이 널브러져 있고, 교실 곳곳이 부서지고 무너졌습니다.
현지시각 지난달 16일 군부가 미얀마 사가잉 지역의 한 학교를 공습한 겁니다.
이날 공격으로 어린이 11명이 숨졌습니다.
[톰 앤드류스/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 : "국제 사회가 돕고 있는 학교에 무장 헬리콥터 2대가 급습했습니다. 동시에 군사들이 사격하며 들이닥쳤습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습니다."]
군부는 반군을 색출하는 과정이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내놨는데요.
유엔이 지난 8월에 발표한 미얀마 관련 보고서를 보면, 군부는 살인과 고문, 성폭력 등 온갖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인권단체는 지금까지 군부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체포 또는 구금된 사람은 만 5천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80%는 여전히 군부에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데타 이후 경제 상황도 심각해졌는데요.
세계은행은 미얀마 인구의 약 40%가 하루에 약 천 원 아래로 생활하는 빈곤층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앵커]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하는 정도라면 군부를 비판하는 민주 세력이나 언론인에 대한 탄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겠네요.
[기자]
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군부가 가장 견제하는 인물, 아웅산 수 치 국가 고문이죠.
군부가 쿠데타를 벌인 이유도 2020년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두자, 그 결과에 불복했기 때문인데요.
현재 수치 고문은 선거조작과 부패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7월에는 민주화 인사 4명에 대해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면서 국제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건 32년 만이었습니다.
미얀마 상황을 알리려는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도 상당한데요.
군부 쿠데타 이후 체포된 언론인만 14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온갖 범죄와 사형 집행까지, 상황이 심각한 것에 비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지 않은 것 같아요.
[기자]
네 올해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사회의 눈이 유럽으로 쏠려버렸습니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위기까지 겹치면서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더 줄어들게 됐죠.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초 모 툰/주 유엔 미얀마 대사 : "미얀마의 이웃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의 이웃 나라들처럼 돼 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활짝 열고 팔을 벌려 우크라이나를 돕습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끈질기게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군부와 민주 세력 간 교전 횟수는 최소 6천 6백 번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얀마 전체 지역 중에 군부가 안정적으로 지배 중인 지역은 2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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