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흔하지만 생소한 질환 '담낭선근종증'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 2022. 10.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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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

담낭선근종증은 US(초음파), CT(전산화단층촬영) 검사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이지만, 생소한 느낌을 준다. 담낭결석, 담낭용종은 알아도 담낭선근종증은 잘 모른다. 왜 그럴까? 먼저 이름 자체가 어려워 들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두 번째로 질병 코드가 따로 없어, 각종 서류에서 진단명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임상에서 "국소적인 담낭벽의 비후"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의 부족이 원인이다. 담낭선근종증을 검색해보면, 질환의 유병률에 비해 정보의 양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로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없음은 물론이고, 잘 정리된 논문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연구 진행되어야 분야인 것이다. 담낭선근종증의 임상적 중요성과 치료에 중점을 두고, 질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자 한다.

담낭선근종증은 담낭벽의 과증식이 원인인 양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과증식된 담낭 상피층이 근육층으로 함몰되어 마치 터널과 같은 벽내게실층을 형성하고, 근육층의 비후를 동반하게 된다. 이런 특징적인 벽내게실층에는 콜레스테롤, 담즙, 미세담석과 같은 물질이 축적된다. 그래서 초음파 검사에서는 국소적인 담낭벽의 비후와 함께 벽내게실층을 시사하는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서 담낭선근종증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음파 검사에서 진단 정확도는 66%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초음파 검사만으로 담낭선근종증을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암도 아니고, 양성 질환이라는 담낭선근종증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감별진단의 대상이 담낭암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임상적 중요성을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담낭암과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담낭암은 형태적으로 용종형, 벽비후형, 내강충만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벽비후형은 담낭벽이 두꺼워진 형태로 담낭선근종증과 감별이 힘든 경우가 있다. 두 번째는 분절형 담낭선근종증이 담낭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담낭선근종증은 형태적으로 국소형, 분절형, 미만형으로 나뉜다. 그중 분절형은 협착부를 기준으로 원위부 주머니에 담즙의 정체와 과도한 압력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점막의 변화를 초래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점막의 변화가 담낭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담낭선근종증과 동반한 담낭암의 병기가 더 진행되어 발견되고 당연히 환자의 생존율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이다. 이는 담낭선근종증과 벽비후형의 초기 담낭암의 모양이 비슷해서 진단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담낭선근종증의 임상적 중요성을 대해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진단과 치료에 대해 살펴보자. 복부초음파 검사는 환자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받을 수 있고, 비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검사자의 경험에 영향을 받고, 전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없으며,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관찰하지 못한 국소형 담낭선근종증이 CT 상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CT는 어떨까? CT의 정확도는 75% 정도로 일반인들의 CT 검사에 대한 믿음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이다. 물론 감별진단의 대상이 예후가 몹시 나쁜 담낭암이 아니라면 괜찮겠지만, 좀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진단이 불확실한 경우, 추가적인 검사가 MRI(자기공명영상)와 EUS(내시경 초음파)이다. MRI 검사에서 ‘진주목걸이모양’, EUS 검사에서 ‘담낭벽내 다발성의 미세낭종’은 담낭선근종증에 특징적인 소견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95%까지 높여 준다.

담낭선근종증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흔히 담낭통이라고 일컫는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 당연히 수술이 필요하다. 담낭통은 우상복부 혹은 명치 통증이 최소 식후(특히 고지방식) 30분 이후에 발생, 30분 이상에 걸쳐 지속된다. 그래서 통증이 늦은 저녁 혹은 새벽 시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무증상인 경우, 담낭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분절형과 미만형이 예방적 담낭절제술의 대상이 된다. 국소형의 경우, 담낭암과 감별이 힘든 경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전형적인 소견이라면 수술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형적인 소견이란 말처럼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함정이 있다. 그래서 이전 연구에서 병변의 크기가 1cm 이상, 담낭결석을 포함한 담낭암의 위험인자 여부에 따라 국소형 담낭선근종증에 대해서도 수술을 권고하기도 하였으나, 후발 연구에서는 크기, 담석 등이 수술을 결정할 수 없다는 다른 결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이샘병원 제공

결론은 담낭선근종증은 양성 질환이며, 전암성 병변도 아니다. 국소형 담낭선근종증은 전형적인 소견이라면, 예방적 담낭절제술보다는 2~3년 정도의 단기간의 추적검사를 권한다. 반면, 분절형과 미만형 담낭선근종증은 담낭암 의심 소견이 없다면, 추적검사를 권하는 의견도 있으나, 향후 담낭암 발생 위험성, 적절한 담낭암 선별검사의 어려움, 담낭암 발생 시 진행된 병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흔한 점을 근거로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권하고 싶다.

(* 이 칼럼은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박철홍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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