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시장에 전문가가 없다' 리츠 투자 꺼리는 기관들

김민경 기자 2022. 10. 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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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스턴프리미어에 50조 몰렸지만
1100억 인마크리츠는 투자 유치 난항
주식시장 침체에 리츠까지 유탄 맞아
부동산·주식 혼합 상품 불구 정보 부족
인마크리츠 기초자산 중 하나인 스페인 마드리드 헬리오스 빌딩
[서울경제]

증시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주목받으며 조(兆) 단위 투자 수요가 쏟아지던 연초의 풍경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리츠업계는 일반 주식과 달리 실물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리츠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이해도가 낮은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을 감안해도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어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마크리츠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약 1100억 원 규모 프리IPO를 진행중이지만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공모를 마친 KB스타리츠 역시 KB금융(105560)그룹 계열사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기관 청약에서 실권이 일부 발생하는 등 흥행이 부진했다.

지난 4월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가 기관 청약에서 약 50조 원 규모의 주문을 받은 일은 말조차 이젠 꺼내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등 대외 환경적 영향이 컸지만 시장에 리츠 전문가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공제회들은 기존 대체투자(부동산) 부서나 주식 운용 부서에서 리츠 투자를 맡고 있다. 리츠만 투자하는 부서를 운영하는 곳은 전무할 정도로 리츠 투자는 기관들마저 초보인 셈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리츠가 일반 기업과 달리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없는 등 주가 상승 여력이 적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리츠는 실물 부동산을 기반으로 정해진 임대 수익을 받는 만큼 3~5년 간 배당 수익이 확정되는 상품이다. 주가가 낮아지면 배당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배당률이 떨어지는 만큼 리츠 주가는 크게 떨어지진 않지만 크게 오르기도 어렵다.

또 한 종목에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다른 종목까지 매도세가 번지기도 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크게 오른 가운데 롯데리츠의 리파이낸싱 이슈가 불거지자 차입금 만기가 3년 이상 남은 다른 리츠들까지 주가가 우수수 떨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개별 리츠마다 부동산 투자 구조가 다른 만큼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리츠가 증시에 상장돼 거래 가격(주가)이 공개되고 평가손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기초자산인 부동산 가치와는 별개로 수급에 의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공제회 관계자는 "상장 리츠는 투자하기가 쉽고 사모 부동산펀드 대비 운용보수가 저렴하지만 자산 가치 대비 주가 변동성이 커 요즘 같은 시장상황에선 투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상장 회사인 만큼 지분 5% 이상을 투자할 경우 공시 의무가 있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등 부수적인 업무도 많다. 대체투자 부서에서 리츠를 담당하는 국민연금은 이런 이유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리츠 투자를 위한 펀드를 만들어 간접 투자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각 사 마다 리츠 투자의 위험도를 산정하는 방법이 제각각이다. 금융회사들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PI)을 투자할 경우 NCR(순자본비율)에 따른 위험계수를 산정하는데 주식으로 인정해 10%만 반영하는 곳도 있지만 부동산으로 분류해 지분율에 따라 최대 100%를 반영하는 곳도 있다. 위험계수가 높아지면 리츠의 자산이 아무리 우량하고 임차인의 안정성이 높아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리츠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것도 투자가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가의 경우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보고서를 통해 자료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상장 리츠 20개 중 8개는 기업 분석 보고서 조차 없다. 주가 대비 배당가능이익(P/FFO), 주가순자산가치배율(P/NAV) 등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얻기 어려운 만큼 개인투자가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리츠 운용사의 한 임원은 “국내 리츠 시장이 아직 과도기인 만큼 투자자들의 인식이나 리츠 회계 분석 등 제도적 측면이 미흡하다” 면서 "공시를 철저히 하고 리츠 애널리스트들이 상품을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자자들과 접점을 늘려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한국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은 7조 2226억 원으로 미국 2063조 원, 일본 175조 원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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