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타고 있다..화마에 절규하는 81살 '에비아의 여성'

곽노필 2022. 10. 5. 1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수상작 발표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매력있는 얼굴과 캐릭터’ 부문 1위 ‘안젤리나 졸리와 넘버원 벌들’. siena-photo-awards-2022

눈을 부릅뜬 하마, 머리 없는 축구 선수, 벌에 뒤덮인 안젤리나 졸리...

최근 발표된 ‘시에나국제사진상’ 공모전 수상작에 담긴 사진 속 주인공들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시에나국제사진상은 이탈리아 시에나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예술사진여행(Art Photo Travel)이 주최하는 3개의 사진 공모전(드론사진상, 크리에이티브사진상) 가운데 하나다. 올해는 140여개국에서 수만여점이 출품돼 11개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올해의 입상작 가운데 가장 의외의 사진은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온몸이 벌에 뒤덮여 있는 모습이다.

‘매력적 얼굴과 캐릭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이 사진은 미국지리협회가 발행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피’가 꿀벌의 날(5월20일)을 기념해 여성 양봉가 지원 프로그램 ‘여성을 위한 꿀벌’(Women for Bees)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촬영한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 프로그램의 후원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사진작가 댄 윈터스(Dan Winters)에 따르면 졸리는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거의 20분 동안 꿀벌로 뒤덮인 자세로 있었다. 윈터스는 “여왕벌 페로몬을 졸리의 몸에 발라 벌들을 유인했다”며 “졸리는 18분 동안 벌에 쏘이지 않은 채 꼼짝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화마 앞에서 절규하는 노인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대상 ‘에비아의 여성’. siena-photo-awards-2022

대상은 그리스 사진작가 콘스탄티노스 차칼리디스의 사진 ‘에비아의 여성’이 영예를 안았다.

2021년 여름 산불 피해를 입은 81세의 한 할머니가 가슴을 치며 절망하는 모습을 담았다. 고통과 불안, 슬픔이 혼재돼 있는 듯한 할머니의 표정이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연상시킨다.

그리스에서는 지난해 여름 30여년만의 최장기 폭염 속에서 기온이 47도까지 치솟고 수백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그리스에서 두번째로 큰 섬 에비아에서는 삽시간에 번진 산불을 피해 수천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긴급히 배를 타고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동안 맹렬하게 타오른 산불로 인해 5만㏊가 넘는 산림과 농지가 폐허가 되고 수십여채 가옥이 전소됐으며 많은 동물이 죽고 말았다.

포식자에 잡힌 엄마와 아기의 마지막 포옹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동물 부문 3위 ‘마지막 포옹’. siena-photo-awards-2022

동물 부문 3위작 ‘마지막 포옹’은 제목 만큼이나 장면이 처연하다.

표범에 목덜미가 물린 엄마 개코원숭이를 아기 원숭이가 꼭 끌어안고 있다. 엄마는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다. 올림바라는 이름의 이 표범이 원숭이를 사냥한 목적은 자신의 새끼에게 줄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원숭이 모자는 결국 둘 다 살아남지 못했다. 자신의 새끼를 살리기 위해 남의 새끼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하는 자연 생태계의 비정한 단면을 보여준다.

어딜 도망 가!…하마의 추격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여행과 모험’ 부문 1위 ‘깜짝손님’

‘여행과 모험’ 부문에선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한 사진작가가 출품한 ‘깜짝손님’이 1위를 차지했다.

커다란 덩치의 하마가 씩씩거리며 작은 보트에 탄 관광객들을 쫓아오고 있다. 작가는 사진설명에서 “수컷 하마가 갑자기 초베강에서 나타났다”며 “하마가 나타나고 20초 후 배의 방향을 돌렸지만, 그 뒤에도 하마가 계속 추격해왔다”고 말했다.

머리 대신 공…얼굴은 어디로?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스포츠부문 입선작 ‘강한 머리’. siena-photo-awards-2022

스포츠 부문에선 머리가 없는 운동선수를 보여주는 입선작 두 편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리듬체조 선수의 도약 장면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전에 출전한 일본선수 기타 스미레의 사진이다. 공중 도약 중 선수의 머리가 어깨 뒤로 넘어가 보이지 않는다. 붉은색 체조복과 공이 단단한 근육질과 함께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스포츠부문 입선작 ‘머리-공-골’. siena-photo-awards-2022

다른 하나는 골키퍼의 머리 자리에 치고 들어온 축구공을 순간 포착한 것이다. 스페인의 명문축구단 FC바르셀로나 골키퍼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FC바이에른뮌헨과의 EUFA 챔피언스리그 E조 경기에서 뮌헨의 르로이 사네에게 골을 먹는 장면이다. 공이 골키퍼의 머리 바로 뒤를 지나 네트에 꽂히려 하고 있다.

지옥 가는 길이 이렇게 생겼을까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자연의 미’ 부문 1위 ‘지옥 가는 길’. siena-photo-awards-2022

‘자연의 미’ 부문 1위작인 ‘지옥 가는 길’도 제목 만큼이나 강렬하다. 마그마가 분출하는 작은 분화구들이 하나의 길을 이루고 있다. 그 길 중간중간에서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작가는 “눈으로는 화산 분출의 모습을, 코과 귀로는 그 소리와 냄새를, 그리고 피부로는 엄청난 열기를 느끼는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22 시에나국제사진상 ‘건축 및 도시공간’ 부문 1위 ‘스마일’. siena-photo-awards-2022

‘건축 및 도시 공간’ 부문 1위작은 ‘스마일’이다.

물방울 무늬 벽돌로 치장한 건물 외벽 옥상의 곡선이 달과 어우러져 ‘웃는 표정’을 연상시킨다. 달이 연상 작용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건물 지붕의 깊은 곡선은 조커의 굴곡진 진한 입술 분장을 닮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