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갑작스레 떠난 친구 .. 너와의 추억 간직하며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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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고 있을 소은이에게.
소은아, 잘 지내?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엄청 떨린다.
늘 밝던 소은이 네가, 내 앞에서 환히 웃던 네가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나 봐.
사실, 네게 말은 못 했지만, 당시의 나는 네 온몸에 퍼진 암이라는 놈에게 널 내어줘 버린 소은이 널 보기 싫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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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울산교육감賞 박주란 학생
천국에서 보고 있을 소은이에게.
소은아, 잘 지내?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엄청 떨린다. 거긴 어때? 갑갑한 병실보다는 훨씬 낫지? 난 네가 내 곁을 떠난 뒤로 매일이 허전했어. 처음에는 네 부재가 믿어지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네가 숨을 쉬지 않는 게 아니라고 얼마나 되뇌었는지 몰라. 그러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더라. 네가 이제는 더이상 이 땅에 없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게 너무 무서웠어. 늘 밝던 소은이 네가, 내 앞에서 환히 웃던 네가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나 봐.
5월 19일, 네가 암 판정을 받은 재작년 여름, 그 전날까지도 우린 분식집에서 떡볶이 2인분을 시켰지. 넌 3인분을 시키자 했는데 내가 남길 것 같으니 2인분만 시키자 했잖아.
그때 그냥 3인분 시킬 걸 그랬나 봐. 네가 떠난 지금에서야 난 혼자 우리가 가던 그 분식집에서 다 먹지도 못할 3인분을 사가곤 해. 웃고 떠들다가, 네가 어지럽다고 휘청거리자 난 바보같이 장난치지 말라고 하며 웃었지. 그 웃음이 아직까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에 편지를 쓰는 지금도 스스로가 미워져. 네가 바닥에 쓰러지고 난 119에 신고했고, 넌 식지도 않은 떡볶이와 나만 남겨둔 채 가버렸지.
널 병원으로 보낸 뒤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며칠은 지났던 거 같아. 너희 어머니께 네가 암 판정을, 그것도 말기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난 머리가 하얘져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어. 엄마가 네게 갈 수 있도록 날 일으켜주셨기에 난, 네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난 네 병실 문을 열 수 있었어.
사실, 네게 말은 못 했지만, 당시의 나는 네 온몸에 퍼진 암이라는 놈에게 널 내어줘 버린 소은이 널 보기 싫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볼 수 없었지. 네가 누워서 간신히 눈만 뜨고 내게 희미한 미소를 지을 때면, 그 모습을 보면 네가 아픈 걸 인정해버리는 것 같았거든.
한 해가 지나서, 넌 겨울의 싸락눈처럼 19일에 숨을 거뒀어.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눈물도 안 나다가, 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분식집에 갔을 때, 폭포수처럼 흐르더라. 그 이후에 너랑 추억을 남겼던 곳에 가면, 그게 어디든 상관없이 가슴이 미어져 오고 코가 시큰거려.
난 잘 지내고 있어. 넌 사라진 게 아니라 천국에서 날 계속 보고 있으니까, 내 마음속에는 네가 여전히 살아 숨 쉬니까. 강소은! 내가 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참아! 나 여기서 아직 마치지 못한 삶과 그리고 네가 남긴, 강소은의 몫까지 내가 열심히 살고, 그리고 네 곁에 갈 때가 되면 널 만나러 갈게. 보고 싶다, 소은아. 사랑해!
-너와 8년 우정,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친구 주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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