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키운 건 팔할이 세 남자..정성화의 개그력 대폭발 [공연리뷰]

양형모 기자 2022. 10.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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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역을 누가 맡을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주인공이 '팔할'을 키우는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정성화와 함께 임창정, 양준모가 주인공 다니엘을 연기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팔할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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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엄스 역을 누가 맡을까.

캐스팅의 뚜껑이 언제 열릴지 손가락을 깨물며 노려보고만 있었는데, 정성화라는 소식에 안도했다. 그렇다. 정성화라면, 됐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기대했던 바(Bar)를 훌쩍 뛰어넘은 작품이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호탕하게 웃어본 뮤지컬이 또 있었나 싶다.

이처럼 유쾌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완벽 이상의 한국화(化)’에 두 번째 공을 돌려야 할 것 같다. 작품 전체에 유머와 농담이 김 가루처럼 뿌려져 있는데, 이 버터향 나는 미국식 유머를 그야말로 김치화해 버렸다.

그동안 미국식 유머를 번역 또는 자막으로 만들면서 한국식으로 녹인 뮤지컬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단순히 미국식 유머를 한국식으로 대체한 수준이 아니다. 미국식 유머를 매우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들어내고 그 빈 자리에 애초부터 맞춰놓은 듯한 한국식 유머를 정확하게 집어넣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나는 서울 잠실의 샤롯데씨어터를 찾은 한국 관객들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보면서 미국 브로드웨이 관객들만큼 웃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미국 관객들은 결코 “4딸라(심지어 미국 화폐임에도)”의 웃음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이제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첫 번째 공로에 대해 얘기할 차례가 되었다.

이 첫 번째 공로의 주인공은 단연 ‘미세스 다웃파이어(다니엘)’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내가 본 정성화는 내 맘대로 수여하고자 하는 공로패를 집에 가져갈 자격이 충분하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주인공이 열일하는 작품이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노래한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주인공이 ‘팔할’을 키우는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정성화와 함께 임창정, 양준모가 주인공 다니엘을 연기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팔할을 채우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능력과 개성으로 이 작품을 살리고 있지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악마의 조건’이 있다. 그것은 3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연기력, 인생의 달고 쓴 경험에 체력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으로도 모자라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아 그야말로 ‘러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성화의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의 원맨쇼를 보는 듯했다. 그가 갖고 있는, 없으면 빌려서라도 가져 온 ‘정성화의 모든 자산’이 아낌없이 부어졌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정성화 캐리어의 첫 출발점은 개그였다. 영웅, 레미제라블의 진지한 정성화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혹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그의 DNA에 스며있는 개그감은 세월의 메스로도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묵혀온 정성화의 개그력이 폭발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냥 웃자고 보러갔던 ‘미세스 다웃파이어’였는데, 그래서 웃었는데. 많이 웃었는데, 다들 웃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났을까. 그것도 1막에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다가 결국 방송국 루프머신 장면에서 슬그머니 안경을 내려야 했다.

3시간이 믹서기 안에서 갈려버린 기분.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냥 재미있는 뮤지컬’이 아니었다.

뮤지컬 팬이라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뮤지컬’이 아니라, ‘보기 전에는 죽어서는 안 되는 뮤지컬’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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