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도 영웅도 아닌..'인간' 잔 다르크를 만나다

이정우 기자 2022. 10.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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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프랑스의 영웅인 잔 다르크가 21세기 한국의 무대에 오른다.

제목 '세인트 조앤'은 영어로 '성녀(聖女) 잔 다르크'란 의미다.

김광보 연출은 기자간담회에서 "'세인트 조앤'은 잔 다르크가 갖고 있던 신념과 가치관이 어떻게 무너지고 좌절되는가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편 잔 다르크 역을 맡은 백은혜는 "하나의 영웅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잔 다르크가 가진 힘과 믿음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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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오늘 개막

“그녀가 가진 힘과 믿음에 초점”

15세기 프랑스의 영웅인 잔 다르크가 21세기 한국의 무대에 오른다. 5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극단의 연극 ‘세인트 조앤’.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말년에 쓴 희곡이 원작으로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3년 만에 연출하는 신작이다. 제목 ‘세인트 조앤’은 영어로 ‘성녀(聖女) 잔 다르크’란 의미다.

잔 다르크는 17세의 문맹 소녀로 신의 계시를 받고 프랑스와 영국 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끌지만, 조국 프랑스로부터 외면받고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던 인물. 그녀는 이후 다시 구국의 영웅으로 복권되고, 가톨릭 교회에서 성녀로 시성됐다.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과거의 인물을 무대에 소환한 이유는 ‘동시대성’ 때문이다. 김광보 연출은 기자간담회에서 “‘세인트 조앤’은 잔 다르크가 갖고 있던 신념과 가치관이 어떻게 무너지고 좌절되는가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념 대립과 정보의 홍수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신념은 좌절되기 일쑤고, 그런 점에서 잔 다르크가 처했던 환경은 오늘날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연출은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사회 구조나 타인에 의해 짓밟히고 갈등을 겪으며 가치가 전도되는 상황은 사회에서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념의 양극화로 사실과 주장, 소문이 마구 뒤섞여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워진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또 “버나드 쇼가 이 작품 안에 악인은 없다고 했다.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잔 다르크 덕분에 전쟁의 승자가 된 샤를 7세가 대표적이다. “샤를 7세의 경우 필요에 의해 조앤을 받아들이고, 필요에 의해 조앤을 버리죠. 이런 인간사의 다양한 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요.”

예술감독 임기 동안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김 연출이 현장에 복귀한 이유는 뭘까. “예술감독 역할에 더 충실하겠다는 의미였는데, ‘왜 연출을 하지 않느냐’는 주변 이야기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는 작업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첫 리딩 때 전율을 느꼈다. 숨어 있던 연출가로서의 감각이 닭살 돋듯이 살아났다”고 덧붙여 말했다. “‘세인트 조앤’은 언젠가 주머니 속에서 꺼내고 싶었던 ‘숨겨진 카드’(히든 카드)”라는 김 연출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비범한 인물을 두려워하고 맞아들일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은 아닌지 연극을 통해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잔 다르크 역을 맡은 백은혜는 “하나의 영웅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잔 다르크가 가진 힘과 믿음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샤를 7세 역의 이승주는 “실존 인물이지만 사료보단 버나드 쇼가 어떻게 인물을 그렸는지 대사의 의미와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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