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편집실에서]

2022. 10. 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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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나사(NASA)가 우주선을 쏘아올려 소행성의 궤도를 바꾼답니다. 이로써 불세출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경고했던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은 ‘단순 우려’로 남게 됐습니다. 계획대로 궤도 수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최종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우주의 섭리에 인간이 감히 불경스럽게도 개입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지 않습니까.

인류 기술의 진화가 거침이 없습니다. 의학계에선 ‘불치병 정복’이라는 사실상 언어도단(무병장수·불로장생은 불가능한 꿈이니까요)의 목표를 향해 눈부신 속도로 ‘빅스텝’을 밟고 있고 산업계에선 인간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가상인간이 무대를 꾸밉니다. 아직은 ‘부자들의 놀이’라는 비아냥이 따라붙곤 하지만 달 탐사, 우주여행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대전환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임기 내 추진할 사회 제 부문의 디지털화 전략이 담겼습니다. 계획대로만 되면 한국에도 조만간 꿈의 세상이 펼쳐질 듯합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도둑처럼’ 오지 않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드리운 양극화의 그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격차’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첨단기술의 발전은 이를 향유하는 계층과 소외된 계층 사이의 간극을 더 크게 벌릴 겁니다. 세밀한 보완대책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신인류’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이을 핵심 키워드로 기본사회 30년”을 제시했습니다. 기본소득 개념을 소득, 주거, 금융 등 복지의 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인데 요약하면 ‘격차 해소’가 되겠지요. 이를 두고 여당에선 “포퓰리즘”, “예산탕진책”이라며 맹공을 퍼붓습니다. 이들은 산업화·민주화를 이을 핵심 키워드로 ‘첨단화’·‘디지털화’쯤을 생각하는 듯한데요. 동전의 양면입니다. 한쪽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현실은 인류를 한순간 파탄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실험’, ‘핵공격’이란 서슬퍼런 용어가 난무합니다. SNS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연결됐고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을 보면 언어의 ‘1인치’ 장벽 또한 금방이라도 넘어설 듯싶지만, 지구촌의 실상은 아득합니다. 국수주의가 판을 치고 무역장벽이 생기고 국경은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만 합니다. 한 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빼어난 기술을 총동원해도 ‘비속어 논란’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합니다. 소행성의 궤도마저 바꾸는 시대에 “바이든”이다, “날리면”이다 ‘휘바이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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