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영농차질로 농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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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야반도주하듯 사라져버리니 허탈합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가를 돕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무단이탈 사례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영농에 큰 차질을 초래해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창군 공음면에서 20년간 수박·멜론·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민철씨(58)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총 10명 배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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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 네팔 국적 215명 배정
9월말까지 188명이나 사라져
멜론 심다가 하루아침에 도망
수확기에 대체인력 없어 ‘막막’
피해 막심…제도 보완책 시급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야반도주하듯 사라져버리니 허탈합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가를 돕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무단이탈 사례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영농에 큰 차질을 초래해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 네팔 국적의 계절근로자 215명을 배정받아 지역농가에 배치했으나 9월말까지 총 188명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그들만의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정보를 받고 건설업이나 공장 쪽으로 일하러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체류기간이 5개월로 짧은데 돈은 더 많이 벌고 싶고, 귀국 날짜는 다가오니 불법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인력수급에 큰 구멍이 생긴 농민들은 영농 차질로 비상이 걸렸다. 고창군 공음면에서 20년간 수박·멜론·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민철씨(58)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총 10명 배정받았다. 4∼5월 네팔에서 온 계절근로자들이다. 네팔에서 농사도 해본 인력들이라 일도 꽤 잘했다. 고마운 마음에 일당도 후하게 쳐줬다. 매월 270만∼29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8월 월급을 받자마자 그다음날 연기처럼 사라졌다. 김씨는 “멜론 심다가 하루아침에 아무 말도 없이 다 가버렸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3일 동안 멍하게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멜론 시설하우스 14동과 고추 6동을 작업할 대체 인력을 구할 일이 막막했다. 게다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를 위해 얻어놓은 방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가 50만원씩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견디다 못한 김씨는 최근 인력시장을 통해 일당 14만원을 주고 일용직 인력을 구해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다.
그는 “기존 외국인 계절근로자로는 10명이면 거뜬한데 일이 익지 않은 일용직으로 대체하다보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10월 멜론 수확을 위해 9월에 배정이 예정됐던 하반기 계절근로자를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이마저도 서류작업 지연으로 한달이 연기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를 함께 지켜본 최영동씨(공음면 선산마을 이장)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에게 많은 인건비를 지불하고도 되레 농민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뒤바뀐 갑을관계의 농촌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 이장은 “요새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농촌의 어려운 사정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작은 불만이라도 생기면 단체로 사라져버려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까지 다 제공했는데 한순간 사라져버리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며 “농가는 물론 군청 등 관계 기관 모두 다같은 피해자”라고 한숨지었다.
고창군은 올 하반기에도 라오스 근로자 15명과 키르기스스탄 근로자 55명을 법무부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군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외국인 근로자가 이탈하면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내년에는 무단이탈 문제가 덜한 결혼이민여성 가족이나 친척 위주로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창=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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